[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2021년 예정 전시

국제갤러리는 2021년 첫 전시로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의 개인전을 국제갤러리 서울점과 부산점에서 동시 개최한다.

2019년부터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 협업해온 국제갤러리는 긴밀한 협의 끝에 작가의 국내 첫 회고전을 성사시켰다. 강렬하고도 파격적인 흑백 초상사진과 도발적인 정물사진으로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며 당대를 풍미한 메이플소프는 현대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을 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당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호모에로티시즘(homoeroticism)과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을 다루며 1980-1990년대 미국사회를 풍미했던 이른바 ‘문화전쟁(Culture War)’에 굴하지 않고 개개인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다. 명확한 초점의 노골적인 이미지와 관객 간의 대면을 이끄는 작가의 작업에는 차가운 스튜디오 조명 아래 대담한 포즈와 구성, 그리고 가죽과 체인 등 누드가 주는 성적 은유를 드러내는 장치가 눈에 띈다. 형식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미술사적 전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메이플소프의 작업은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와 예술(art)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국제갤러리는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실험을 집중 조명하며 사진의 형태, 주제, 재료로 구성한 전시를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봄에는 지난 2019년 12월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었던 호주 작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 1982-)의 개인전을 서울점에서 개최, 또 다른 신작을 소개한다. 그간 작가는 호주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한 기존의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하며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자신의 회화를 통해 복원해왔다. 이번 개인전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겸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의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1883)을 비롯해 허상, 풍경, 언어, 제국주의, 그리고 유럽의 계몽주의가 호주에 남긴 흔적 등을 폭넓게 탐구한 보이드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몇몇의 특정 작품은 시드니 대학교 차우 착 윙 박물관(Chau Chak Wing Museum)의 소장품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개인 물품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니엘 보이드는 최근 이곳에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설치작 <Pediment/Impediment>(2020)를 선보인 바 있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5월 중 한국 작가 안규철(Ahn Kyuchul, 1955-)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안규철은 일상적 오브제와 언어를 주요 매체로 사용하여 사물의 본성,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을 마주하고 사유할 수 있게끔 하는 복합적인 형태의 설치작업을 한다. 작가는 특유의 개념적 사고와 현실의 우회적 재현으로 개념미술 계보의 대표적 작가로 분류되어 왔지만, 2017년 국제갤러리 《당신만을 위한 말》 개인전 당시 각기 다른 관심사를 추구하는 여러 개별적 작업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이자 오랜 교직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활동의 시작을 알린다. 특히 전시 이후 해체되거나 유실되어 사라진 대표작들을 보존 가능한 규모와 재료로 재현하며 작품 세계를 전시를 통해 전반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6년간 월간 순수 문예지 『현대문학』에 연재해온 안규철의 에세이 모음집이 전시에 맞춰 출간될 예정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글쓰기’의 결과물을 엮은 이 책은 한국 미술계에 작가가 끼친 지대한 영향을 회고한다.

오는 8월 말에는 한국 작가 박진아(Jina Park, 1974-)의 개인전을 부산점에서 선보인다. 박진아는 스냅 사진을 활용해 우리의 일상 속 장면들을 포착한 후 이를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전시 설치 현장의 다양한 움직임, 공항이라는 공간이 지닌 여러 표정, 밤이라는 시간이 품은 역동성 등을 그려왔는데, 회화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평범한 순간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박진아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로,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전시장에 펼쳐질지 주목된다.

하반기에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Park Seo-Bo, 1931-)의 개인전을 K1에서 개최, 한국의 고유한 정신성을 바탕으로 한 후기 묘법 연작을 전시한다. 구작에서와 달리 손 제스처에 의한 흔적은 제거되고 풍부한 색감의 대비 혹은 조화가 강조되어 ‘색채 묘법’이라고도 일컬어지는 후기 묘법 연작은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고 수신을 일깨우는 행위를 지향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이다. 작가가 자연이나 본인이 거주하고 작업하는 서울의 도시 경관에서 직접 발견한 색들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부단히 연구한 결과, 그 폭넓은 색감 표현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가진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이후 박서보 예술 세계의 ‘현재’를 다시금 선보이는 자리다.

이후 10월에는 영국의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의 개인전을 K2, K3에서 개최한다. 줄리안 오피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나 건축물을 작가의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며 다수의 신작 페인팅, 영상, 조각 작업을 선보여왔다. 고대와 최첨단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오피는 일상 속 언어를 재해석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데, 단순화된 형태로 풀어내는 그의 작업양식은 세상의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환기시킨다. 고대 초상화, 이집트 상형문자, 일본의 목판화뿐 아니라 공공표지판, 각종 안내판, 교통표지판에서 영감 받은 작가의 작업은 현대의 시각언어와 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조우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10월에는 국제갤러리의 새로운 전속작가이자,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과 칸 영화제 수상이력에 빛나는 영화감독 박찬욱(Park Chan-wook, 1963-)의 개인전을 부산점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간 사진 매체에 대한 열정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드러내온 박찬욱의 작업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첫 번째 전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물 및 풍경을 고유한 미감으로 포착하는 박찬욱의 사진은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관통하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언캐니(uncanny)한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면밀한 계획 하에 촬영되는 영화 속 장면들과 상반된 태도 및 과정으로 탄생하는 박찬욱의 사진작업은 즉흥적인 동시에 특유의 예리함과 위트가 감춰진 절묘한 우연의 결과물이다. 그의 영화가 그러하듯, 박찬욱의 사진은 고급과 저급, 의미의 여부, 미추를 구분 짓는 기준 자체를 무화시키며 예술의 성립 조건을 질문하고 기존의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한 장의 사진에 함축되어 있는 이러한 요소들 사이의 리드미컬한 긴장감은 전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박찬욱의 영화에 차용된 독창적 예술 언어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2021년의 마지막 전시로는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개인전이 K1, K3에서 개최된다. 2002년, 2005년, 2007년, 2010년, 2012년에 이은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실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과 마주하는 자리다. 2010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부르주아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도 꼽히며, 전 생애 동안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넘나드는 멀티미디어 작업을 통해 기존의 형태적, 개념적 한계를 벗어나 초현실주의와 모더니즘과 같은 미술사조의 연장선상에 있는 독창적이고도 사적인 자기만의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부르주아의 작업세계는 조각에서부터 드로잉, 설치, 손바느질 작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규정짓기 힘든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한 마디로 정의 불가한 그녀의 다방면적인 천재성을 드러낸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현재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 1950-)의 개인전 《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를 K2, K3에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의 개인전 《NEW WORKS》를 K1에서 선보이고 있다. 두 전시 모두 2021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