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공간에서 김정인 작가의 개인전 <견고하지 않은 땅을 딛고 서기>을 개최한다.

온수공간에서 김정인 작가의 개인전 <견고하지 않은 땅을 딛고 서기>을 개최한다. 김정인은 빠르게 진행되는 변화와 대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반복적으로 외부와 내부 구조를 바꾸는 시대적 특징과 현상을 총괄하는 이면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동시대적 형질을 불안정한 액체로서 감각함과 동시에 비꼬아 바라보는 시선과 내면을 화면에 반영한다. 김정인은 습한 공기와 온전하지 않은 땅으로 설명되는 현실을 저항성이 깃든 붓질과 연대하는 이미지 표현으로써 버텨낸다. 그리고 혼란을 관장하는 식별되지 않는 권력에서부터 개인을 사수하고자 하는 내용의 회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30여점의 크고 작은 회화 작품과 조각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견고하지 않은 땅을 딛고 서기>

 

김정인의 작업은 유년 시절 개발현장이 준 신기함과 생소, 혼란과 불안에서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경험은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흐릿해진다. 그렇지만 김정인은 성장해가며 겪는 수직적인 급속도의 구조[문화, 패러다임 등] 변혁과 수용 강요를 통해 받아들이기 힘든 한계와 과거 기억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습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를 살피는 시도와 반복 대체, 변화와 맞닿아있는 오래된 곳을 탐사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시도를 하며 내면에 자리한 저항 심리를 단단히 다져간다.

김정인, 급류가 지나간 자리, 2020, 162.2 × 130.3cm, oil on canvas

 

거울이_동반한_혼란,145.5×112.1cm,oiloncanvas,2020

김정인, 서로를 붙잡는 이미지, 2020, 116.8 × 91.0cm, oil on canvas

김정인은 외면과 내부 구조를 반복적으로 바꾸는 현시대적 특징에 집중하여 시대의 형질을 유동적인 액체로 변환하여 감각한다. 이렇게 감각되는 특징들을 작품 속 땅, 공기, 상황 등에 반영시켜 동시대를 재구성해낸다.

습한 화면 위에 놓인 기물, 건물, 인물들은 자신이 위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저항하고 버텨내는 현실 속에 주체적 개인(소수)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려진 대상은 급류가 지닌 수압과 견고하지 않은 땅으로 인해 자리 잡지 못하는 위태로움을 드러낸다. 김정인은 위험에 노출되고 밀려난 약한 소재들에게 동변상련을 느끼며 그것들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의미적 붓질을 보태듯 운용한다.

 

전시장 1층과 2층에서 선보이는 김정인의 회화 작품은 크게 버텨내는 상황과 연대하는 이미지, 직접적인 행동 이미지로 구분된다. 이 모든 것들은 저항성을 산재시키는 매개로서의 붓을 통해 구현된다. 김정인의 심상과 사고하는 바가 고스란히 접합되어 있는 붓은 소재가 흐트러지지 않게 빚어내는 행위와 마찰을 생성해낸다. 나누고, 쪼개고, 뭉개고, 관통하는 붓은 이미지끼리 서로를 붙잡게 하여 화면 속 연대를 조성한다. 그렇지만 너무 공격적이거나 혁명적인 이미지로 보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작가가 속한 세대의 다소 소극적인 생활태도와 표출의 다양성과 맞닿아있다.

 

전시장 3층에서는 조각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이 드로잉들은 회화를 구성하기 이전에 이미지 선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낙오된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그래서 기존 회화 작품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도상이다. 김정인은 이러한 단편적 자료 이미지와 드로잉을 다시금 불러들여 이미지 간에 겹침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단순한 재고이미지가 아닌 도상의 연대로 상승한 뒤 벽에 설치된다. 평소에 회화를 다뤄왔던 태도를 살짝 비틀어 구성되는 3층 전시는 1, 2층 전시와 다른 성격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인의 작업적 세계와 고민하는 태도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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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약력

 

김정인은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20년 제주 새탕라움에서 <cut! cut! cut!>, 2019년 부산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아래서 빛나고 있던 것들>, <on going_7개의 단어>, 서울 스페이스55에서 <유연한 지대>, 2018년 도쿄 쿠보타 갤러리에서 <Beyond the border>, 2017년 서울 유중아트센터에서 <LEIPZIG Died and was reborn in seoul>, 2010년 대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만원으로 미술하기>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으며, 2020년 서울문화재단 창작활동지원 시각부문 신진 기금과 2019년 오픈스페이스 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2017년 대전문화재단 첫술프로젝트 기금에 선정되었다.

 

# 작가노트

 

개발 현장은 나에게 신기함과 같은 생소의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거대한 건축물 후면에 보이는 삭막한 황무지 풍경은 내면에 큰 불안감까지 자리하게 했다. 다른 온도의 감정 공존은 시간이 지나 점차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반복적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빠르게 진행되는 변화와 불안에 원인을 둔다.

 

반복적인 사회 구조의 변형과 대체는 혼란스러움을 동반한다. 복잡함으로 인해 나는 탈색의 급류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하여 희미해졌던 불안의 기억이 상기되며 변화가 적은 동네에서 형성된 ‘더딘 성향’이 감각된다. 이러한 한계점 인식과 폭력적인 수용 요구는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에 대한 버거움을 느끼게 했다. 이렇게 내면에 축적된 반감은 부정적인 태도와 시각을 작동시켰다. 외곽으로 밀려 겉돌던 나는 반복적으로 바뀌는 대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즉각적인 부정 반응을 유예한다. 동시에 스스로를 계속 변두리에 위치시킨 뒤 배회로써 상황을 살피게 한다.

 

나는 현시대를 물컹하고 유동적인 액체로서 감각한다. 물컹이는 땅으로 표현된 액체성은 반복적으로 변이하는 것을 비꼬아 바라보는 시선을 포함한다. 그리고 부정적 인식의 범주는 확장되어 변동을 관장하는 이면 세력에 대한 궁금증에 다다른다. 그 결과 식별이 힘든 대상이 총괄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수용 강요가 개인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나는 폭력적인 급류에서부터 개인을 사수하는 태도를 갖는다. 붓질은 습기로 인해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그리는 행위는 변화의 물결로 습하게 젖은 땅을 버텨내기 위한 방책이다. 부정적 내면은 붓이라는 매개를 통해 캔버스 위로 산재된다. 화면 위로 던져져 적절히 흩어진 내면은 가치가 하락하고 나약한 소재들로 구성된 이미지 위에 쌓여진다. 이렇게 형성된 층은 뭉개지고 쪼개지는 몇 가지 과정을 거치며 저항적 이미지로 변환된다. 외곽을 넘나드는 붓질을 통해 하나로 엮인 이미지와 버텨내려는 저항적 이미지, 힘을 합쳐 저항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로써 내면은 외부로 발현된다. 육안으로 해체되어 보이는 경계는 역으로 결집하는 움직임으로도 파악되며, 저항 가능성을 품은 화면으로 나아간다.

 

■ 김 정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