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송 갤러리 !이익균 개인전

인사동 백송 갤러리에서 2020 년 2월 5일  부터 2월 11까지 이익균 개인전이 열린다.

 

 

목어木魚를 위하여

-L에게

이선이

 

꽃을 입에 문

저 물고기 보시라

온몸에 꽃을 엮어 올리고

허공벼랑 날아오르는

어여쁜 장엄 보시라

 

천만 송이

꽃숭어리 뭉개는 어둠 뚫고

 

화병에 불을 심으려는지

호롱에 씨를 뿌리려는지

 

가만히 보시라

숨죽여 보시라

 

당신 생生에 꽃을 전하러

백 오십 억년 수묵우주를 헤엄쳐 온

꽃피는 물고기들

숨소리 들어보시라

 

 

물고기에 대한 명상

이익균의 조형언어는 작은 우주를 꿈꾸고 있다. 화폭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조용한 정원사가 가꾸는 정원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정원은 허공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허공정원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 허공정원에는 꽃을 입에 문 물고기가 날아오르고, 화병에서 물고기가 피어오르고, 이 물고기의 곁을 뻗어나가는 덩굴문양이 동행한다. 이처럼 물고기와 꽃과 덩굴문양의 어우러진 이 정원에는 무한의 공간을 유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이익균이 만들고자 하는 이 정원이 기운생동하며 생기를 뿜어내는 어떤 역동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그는 확장에의 욕망을 절제하고 있다. 이 절제를 바탕으로 그는 수묵과 채색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미혹과 미망에 갇힌 존재의 한계선을 넘어서려는 어떤 깊이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을 잘 보려면 이 깊이에의 욕망에 동참해야 한다.

화폭의 어디에서나 물고기는 우리의 시선을 낚아챈다. 전통문양에서 물고기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지만, 여기서 물고기는 복됨과 길함을 소망했던 전통적인 상징과는 무관한 듯하다. 오히려 이들 물고기는 속악한 세상사에 대한 어떤 결별과 관련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탈속의 세계를 향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림에서 물고기는 언제나 떨어진 세계들을 매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화폭에서는 절간의 처마에 매달려 세상의 미망을 일깨우려는 풍경소리가 낭랑하게 걸어 나오곤 한다. 바다와 산과 허공의 경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아니라 이들을 매개하며 물고기는 스스로의 생명을 실현해나가는 존재의 헤엄치기를 반복한다. 이전 시기에 작가가 보여준 추상성은 물고기와 꽃의 몸으로 구체화되고, 생명의 원형성에 대한 탐구는 생명의 존재성에 대한 탐구로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조형해낸 허공정원에서 고요한 명상과 부드러운 도약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정신의 경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가 보르헤스가 상상의 동물들에 대한 박물지에서 그려내고 있는 대지를 떠받들고 있는 물고기를 연상하게 한다.

 

신이 대지를 만드셨다. 그러나 대지를 지탱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대지 아래쪽에 천사를 만드셨다. 그러나 천사 또한 딛고 설 것이 없었기에 다시 천사의 발 아래에 루비 산을 만드셨다. 그러나 산 역시 받침대가 없어서 산 아래쪽에 4000개의 눈과 귀, 코와 입, 그리고 혀와 다리를 가진 황소를 만드셨다. 그러나 황소 역시 받침대가 없어서 황소 아래쪽에 바하무트라는 물고기를 만드시고 그 아래쪽에 연못을 만드셨다. 이 연못 아래는 어둠에 덮여 있기 때문에 인간의 지혜로는 여기까지밖에 볼 수 없다.

-보르헤스, 「바하무트」,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민음사, 2016-

 

성서에 나오는 괴물을 변형한 이 거대한 물고기는 세계의 무게를 감당하는 맨 밑자리에 놓여 있다. 그 아래에는 연못과 어둠이 있을 뿐이라는 바하무트에 대한 환상서사는 인간의 깊은 심연에 감추어진 어떤 욕망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대지를 떠받들고 있는 ‘천사’와 ‘루비 산’과 ‘황소’의 이미지가 형이상학, 물질성, 생명성 일반에 대한 비유라고 한다면, 그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이 정신의 위상학에서 아랫자리를 차지하는 물고기는 자신을 누르고 있는 정신과 물질과 생명을 두루 아우르는 총체가 될 것이다. 또한 표면적으로만 볼 때, 이 물고기는 이 세계를 짊어진 신산스런 삶 자체이자 동시에 이 짓눌림에 맞서는 의지라고 읽어낼 수 있다. 화가는 어쩌면 이 고통을 견디고 있는 물고기를 허공정원 속에 풀어놓고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정원사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여기에 이르게 되면, 저 바하무트 아래에 있다는 연못과 어둠의 광활함은 화가 이익균이 이 허공정원에서 더 넓은 우주정원으로 나아가는 미래의 시간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점쳐보는 일도 즐거운 상상이 된다.

 

이선이(시인, 경희대 교수)

 

1999년 개인전 1회 (단성 갤러리 )

2007년 개인전 2회 (예술의 전당 )

2020년 개인전 3회 (백송 갤러리 )

 

1995년 MBC 문화방송 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입상

1998년 ~ 2001년 현대 청년 작가 초대전 (서울 시립 미술관 )

2007년 새 천년 미술 초대전 ( 예술의 전당 )

2016년 경희50주년 기념전

2007년 ~ 2019년 이후전 외 그룹전 30여회 전시

 

1998년 – 2000년 경희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출강

2007년 – 2008년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부 출강

2007년 – 2008년 서울교육대학교 미술학과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