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공간의 기획 전시 《틱-톡》이 개최된다.

올해 4월 서교사거리 인근에 개관한 문화예술복합공간인 온수공간에서 기획 전시 《틱-톡》이 2019년 8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으로 유은순 큐레이터의 첫 번째 단독 기획전이다.

 

《틱-톡》은 아픈 사람이 처한 상태에 주목하고, 건강한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질문을 던지는 전시이다. 전시제목 ‘틱-톡 Tic-Tock’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불규칙적인 근육의 움직임을 보이거나 비자발적으로 소리를 내는 틱(Tic) 장애와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Tick-Tock)를 합친 것으로, 한 개인이 고통 받는 몸, 비정상적인 몸 상태에 의해 스스로 아픔을 자각하는 상태를 뜻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때부터 들려오는 째깍거리는 시계소리처럼 매 순간 자기 자신에게 닥쳐오는 실존의 상태로서 질병을 의미한다. 전시는 돌봄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아픔을 삶의 조건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신체의 컨디션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아픈 사람의 경험을 다룸으로써 ‘정상적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층은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아픈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에 주목하고 2, 3층은 개인의 경험을 타인과의 관계와 세계로 확장 시킨다. 이번 전시는 신작 10여점을 포함하여 평면 23점, 영상 4점, 설치 1점,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참여작가 장서영은 <Keep Calm and Wait>(2017)와 <스핀-오프>(2018)를 통해 상승하는 시간으로부터 탈락된 개인의 지연되고 반복되는 시간에 관한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이정식은 영상, 퍼포먼스 작업 <ox>와 평면 작업 <nothing> 시리즈를 통해 아픈 사람이 시간을 통제하는 주체적인 방법을 탐색하고 <김무명>을 통해 아픈 사람의 경험을 수집하고 아프지 않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차재민은 <보초 서는 사람>에서 돌봄 노동, 개인의 삶과 사회적 시간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한편 홍기원은 <무제>라는 설치작업에서 도래할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잠재하는 불안을 다루고, 정희승은 <기억은 앞면과 뒷면을 가지고 있다. 제 2부>에서 공유 불가능한 경험에 관한 이해의 가능성과 격차에 대해 고민한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이고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 관람료는 무료이다. 8월 25일에는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전혜은이 <단절, 침범, 연결: 아픈 삶의 지도그리기>를 주제로 강연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출 품 작 소 개

<nothing.1>_종이에 펜10.2×15.2cm_2016

이정식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HIV 치료제인 스트리빌드 복용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약 먹는 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nothing> 연작으로 제작해왔다. 비정형적인 도형으로 메꿔진 공백은 약을 먹지 못한 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약 섭취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 <ox>에서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에 찾아와 약을 섭취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행위를 선택하고 이를 영상으로 남긴다. <김무명>은 죽음마저 익명으로 남겨져야 했던 HIV 감염인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진 책이다. 작가는 감염인들의 경험을 수집하여 글로 정리하고 각각의 감염인과 관계된 사물을 찍은 사진을 글과 함께 싣는다. 그리고 작가는 비감염인 동료들에게 감염인의 글을 필사하도록 부탁한다. 작가는 글을 옮기는 짧은 시간이나마 비감염인이 감염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이정식(b.1987)은 개인전 《김무명》(구석으로부터, 2018)과 개인전 《nothing》(레이져, 2017)을 개최하였다. 2018년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 다큐멘터리 부문(영화진흥위원회)에 선정되었다.

 

 

 


<스핀-오프> 스틸컷_싱글채널비디오, FHD, B&W/사운드_7분 11초_2018

 

장서영은 오작동하는 신체를 영상매체의 납작한 화면과 매체의 속성에 비유한 영상작업을 선보여 왔다. <Keep Calm and Wait>는 모니터에 ‘기다려주세요’, ‘당신이 호명될 때까지’, ‘당신은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세 문장이 계속 반복되는 작품이다. 호명을 통해 무언가가 해결되기를 기다리지만 호명은 계속 지연된다. 따라서 그것은 해결될 수 없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없다. <스핀-오프>는 정상적인 삶에서의 이탈과 반복을 다룬다. 레이싱의 반복이 갱신과 상승을 의미한다면 서킷에서 이탈한 반복은 중단과 침입이다. 후자는 화자의 언급처럼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간 구조”이자 “그 안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장서영(b. 1983)은 이화여자대학교 조소전공 학부 및 석사를 졸업하고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Art in Context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Off》(두산갤러리 뉴욕, 2019)와 《블랙홀바디》(씨알 콜렉티브, 2017) 등을 개최하였다.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9), 《더블 네거티브: 화이트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아르코 미술관, 2018), 《보이스리스-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서울시립미술관, 2018)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 제 2부>

59x111cm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19

 

정희승은 재작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2007년 폐쇄된 광주국군병원을 촬영하길 요청 받았다. 2018년이라는 시점에 1980년 5월의 광주를 2007년부터 방치되어 폐허가 된 장소에서 찾는 일은 녹록치 않았고, 작가는 역사적 사건과 좁힐 수 없는 간격을 실감한다. 그리고 1년 뒤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돌이켜보며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사진들의 디테일한 부분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가는 사진의 일부를 크롭하거나 확대하여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 제 2부>를 제작한다. 작품은 공유 불가능한 경험과 보는 것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동시에 온수공간 내부와 작품과 작품 사이를 가로지르며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에 개입한다.

 

정희승(b. 1974)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영국 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s 에서 사진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08년 이후 서울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주된 매체로 다루는 작가는 사진의 재현성과 그 한계에 대해 사유하며 책과 오브제, 사진설치의 형태로 매체에 대한 확장과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다. 《상상된 경계들》(제 12회 광주비엔날레, 2018), 《스탄차》(고은사진미술관, 2017), 《You are a Space》(누크갤러리, 2017), 《Rose is a rose is a rose》(페리지 갤러리, 2016), 《아트스펙트럼》(리움미술관, 2014), <부적절한 은유들>(아트선재 센터, 2013), 《Still Life》(두산갤러리, 2012>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보초 서는 사람> 스틸컷_싱글채널비디오, FHD, 컬러/사운드_18분_2018

 

차재민은 사회적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불편함을 드러내는 영상작업을 해왔다. <보초 서는 사람>은 사회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잠재적인 충돌과 분열에 주목한다. 이 영상은 신입 야간 경비원이자 누군가를 돌보는 부양자인 주인공이 경비 교육을 받는 장면, 야간 순찰을 도는 장면과 때때로 걸려오는 전화에 응하는 장면을 교차시킨다. 건물의 적막함과 어두움이 가져다주는 긴장 속에서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과 누군가를 돌보는 역할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서로 오버랩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쓰러지는 플라스틱 의자나 밀대, 갑작스레 끊어지는 전깃줄은 반복되는 일상에 불쑥 개입하며 불안을 가중한다.

 

차재민(b.1986)은 개인전 <히스테릭스> (두산갤러리, 2014)와 <사랑폭탄>(삼육빌딩3층, 2018)을 개최했으며, <Art of the Real>(필름 앳 링컨센터, 2019), <Here We Live>(KADIST, 2019), <In the Open or in Stealth>(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2018), <아시안 필름 앤 비디오아트 포럼>(국립현대미술관, 2017), <The Stars Down to Earth>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익스펜디드, 2017),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광주 비엔날레, 2016), <네리리키르르하라라> (미디어시티서울, 2016)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Untitled>_황동주물, 솔레노이드, 콘트롤러, 스프링, 철, 목재, 페인트_30x35x170cm(45개)_2018

 

홍기원은 신체에 익숙한 행위나 태도를 깨뜨리는 키네틱 설치작업을 선보여 왔다. 2016년부터는 개인과 그를 둘러싼 환경과 문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불화를 드러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무제>는 기수가 사용하는 채찍을 본떠 만든 청동주물이 일정한 간격에 따라 타종되며 울림을 만드는 키네틱 설치 작업이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경기를 위해 혹독한 관리와 훈련을 받다가 작은 부상만으로도 폐사되는 경주마의 운명을 가르듯이, 작품의 종소리는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그 속에서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개인의 불안을 내포한다.

 

홍기원(b.1978)은 런던예술대학, 첼시 컬리지 학부를 졸업하고 《From one place to another》 (Galeria Plan D, 2011), 《홍기원 개인전》 (브레인팩토리, 2012), 《Appassionata #1 Mysterious Impression》 (씨알콜렉티브, 2017), 《Appassionata #2 Ophelia》 (스페이스 캔, 2018) 개최했다. 《생생화화 헤어날 수 없는》 (경기도 미술관, 2018), 《빌바오 아르떼 오픈스튜디오》 (빌바오 아르떼, 2017)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