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I삼청 안창홍 개인전 <화가의 심장> 개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I 삼청은 5월 2일부터 6월 23일까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비판적 사유를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 온 안창홍 (b.1953- )의 개인전 《화가의 심장》을 개최한다. 2015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I 삼청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그간 화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2016년 이후 시도해 온 조각 신작들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초대형 부조 신작과 마스크, 그리고 회화 소품까지 총 30여 점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안창홍은 산업화 사회에서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 연작(1979-80)과, 눈을 감은 인물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려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2004), 2009년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건강한 소시민들의 누드를 그린 <베드 카우치>(2009) 연작 등 굵직한 회화 연작들을 통해 익명의 개인에게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의 소외를 이야기해왔다.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체를 입체분야로 확장하여, 눈이 가려지거나 퀭하게 뚫린 거대한 얼굴 마스크 조각들을 소개한 바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I 삼청의 지하 전시장에는 2019년에 새로 선보이는 신작 부조인 <화가의 손> 3점과 <화가의 심장> 1점이 벽에 걸린다. 인형, 골동품, 물감튜브, 물감찌꺼기 등 쓰다 버린 물건들이 빽빽히 뒤엉킨 상태로 확대된 모양의 판 덩어리 중앙에 백골의 손이 걸려 있는 <화가의 손> 연작은 각기 높이 3m 가로 길이 2.2m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다. 제목 속의 ‘화가’는 작가 자신임과 동시에 굴곡진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을 대변하는 존재다. 작가는 우리에게 지워진 삶의 굴레를, 작업의 치열함 속에서 시간과 운에 의해 성패가 갈리고 희비가 엇갈리는 화가의 삶에 빗대 형형색색 빛깔과 잿빛, 그리고 황금빛의 세 가지 단계로 표현했다. 이들과 더불어 <화가의 손>과 동일한 크기의 판 조각 위에 가시에 둘러싸인 채 고통스럽게 피 흘리는 선홍색 심장이 있는 <화가의 심장 1>은 삶의 가치가 고통과 아픔에 기반하며, 나아가 이 고통과 아픔이 삶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음을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전시장 한 켠에는 이 심장만을 환조로 확대한 <화가의 심장 2>가 매달려 마치 순교자를 보는 듯한 숭고함마저 자아낸다.

거대한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 지하층과는 달리, 2층 전시장에서는 대형 마스크 2점과 익명의 얼굴들이 그려진 작은 캔버스들이 자리한다. 2018년에 시작된 회화 연작 <이름도 없는…> 에는 몰개성화된 얼굴들이 거친 붓터치로 그려져 있다. 작가에 의하면 이 표정 없는 인물들은 “단지 이름만 없는 이들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 이다. 그는 특징이 제거된 인물들의 얼굴에 제주 4.3사태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당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슬픈 현실을 투영시켰다. 같은 공간에 걸린 2점의 <마스크-눈 먼 자들>연작은 눈동자가 없거나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부조리한 현실 속에 눈은 뜨고 있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상기시킨다.

안창홍의 작품들은 1970년대부터 다양한 시리즈로 발전되어왔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부패한 자본주의, 적자생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주제의식과 1980년대 ‘현실과 발언’ 활동 이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안창홍을 민중미술 작가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이 ‘현실주의’나 ‘삶의 미술’에 가깝다고 말한다. 현실과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안창홍의 태도는 40여 년 동안 일관되게 그의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번 아라리오갤러리의 안창홍 개인전 또한 여전히 초기작부터 이어져 온 긴 호흡의 연장선 상에 위치한다. 작가의 시선과 메시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우리 삶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안창홍은 1953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제도적인 미술 교육을 거부하고 화가로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1970년대 중반 <위험한 놀이>연작을 시작으로 <봄날은 간다>, <사이보그>, <베드 카우치> 연작 등을 발표함으로써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1981년 청년작가회관과 공간화랑 개인전 이후로 금호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등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했다. 1989년 카뉴 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2009년 이인성 미술상에 이어 2013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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