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ㅣ 라이즈호텔 <시차적응법 JET LAGGED> 개최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은 개관 두 번째 전시로 인도네시아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 중국작가 주 시앙민, 그리고 한국작가 백경호, 심래정이 참여하는 아시아작가 그룹전 <시차적응법 JET LAGGED>을 개최한다.

 

삶은 특정 대상과의 끝없는 대면, 이해, 다툼 그리고 조율의 미로 속을 헤매거나 새 좌표를 설계해 나가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그 대상은 특정 인물일 수도 있지만, 사회 구조가 되거나 혹은 목표이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대상들과의 관계는 태생적온도차로 인해 끊임없이 미끄러질 수 밖에 없고, 그런 까닭에 우리는 항상 그 차이에 적응하거나 조율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전시 <시차적응법 JET LAGGED>은 그 간극들이 만들어내는 시차에 대항해 다양한 시각 언어로 스스로의 좌표를 설계하고 적응해 나가는 4인의 작가로 구성된 전시이다.

인도네시아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b.1976)는 오랜 식민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형성된 인도네시아 특유의 복잡한 문화적 풍경과 부조리한 사회역사적 구조, 그리고 피식민인으로서의 애환과 그 경계공간에서의 생존과 적응에의 고민을 비단 인도네시아적 층위가 아닌 범세계적 맥락에서 짚어내고 이를 설치작품과 영상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식민 역사 속에서 목숨을 잃어 신체가 없는 형상들의 대열과 이들이 치는 영혼없는 기계적 박수, 연주하는 이 없지만 혼자 움직이는 드럼, 그리고 식민 지배의 잔재이자 상징인 샹들리에 등의 배치는 오랜 식민 문화에서 형성된 벗어날 수 없는 정체성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좌절과 투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좀펫 쿠스위다난토는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90년대 후반 음악 프로듀싱과 레코딩을 하며 음악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8년부터 퍼포먼스와 문화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험적 예술그룹 티터 가라시(Teater Garasi)과 함께 활동했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음악과 퍼포먼스는 큰 부분을 차지하며 소리, 비디오, 기계를 이용하여 매체적 제한을 초월하고 공간 속에서 몰입적 서사를 창작한다. 좀펫은 자바와 타지의 문화적 만남을 해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인의 정체성, 집단 정체성 속에서의 개인의 정체성 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좀펫은 시공간적 경계가 없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곳으로 관객을 끌어당겨 인도네시아의 파란만장한 정치사의 일부가 되길 요청한다. 고정된 형태가 없고 장소특정적인 좀펫의 작품세계는 환영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공간이 뒤엉킨 곳에서 세상과 조우한다.

좀펫은 <On Paradise>(MAC’s, 그랑오르뉘, 벨기에, 2017), <After Voices>(셔먼 현대미술재단, 시드니, 2016), <Grand Parade>(트로펜박물관, 암스테르담, 2016), <On Asphalt>(NANZUKA, 도쿄, 2012), <Java’s Machine: Phantasmagoria>(오세이지 갤러리, 싱가포르, 2009)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 단체전으로 <SUNSHOWER: Contemporary Art from Southeast Asia 1980s to Now>(모리미술관/국립신미술관, 도쿄, 2017), <Tom Tandio: The Man Who Fell into Art: Collecting as a Form of Personal Narrative>(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6), <Roots>>(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 2015), <The Instrument Builders Project>(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멜버른, 2014), <Indonesian – Eye>(사치갤러리, 런던, 2011), <10주년리옹 비엔날레>(리옹현대미술관, 리옹, 프랑스, 2009),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요코하마, 일본, 2008) 등에 참가했다. 쿠스위다난토의 작품은 현재 뉴욕 MoMA, 런던의 Tate Britain, 헤이워드 갤러리, 파리의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중국 젊은 작가 세대의 대표 주자 주 시앙민(b.1989)은 정치경제적으로 급격히 변해가는 중국 동시대 젊은이의 모습과 행태, 그리고 그들의 감정 상태나 심리적 불안감을 회화라는 특정 매체를 통해 포착하고 사유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몸에문신을 한 젊은이들의 형상을 느리고 나태하게 표현하는 반면, 권투하는 젊은이들은 마치 너무 빠르고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은유하듯 속도감 있고 거칠게 표현함으로써 작가의 의도가 매체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비단 표현수단로서의 회화가 아닌 총체적인 감각의 장으로서의 회화를 강조하고, 회화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주시앙민은 1989년 출생으로, 중국미술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헀으며,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 <The Body Electric>(Leo Gallery, Shanghai, 2018), <Hive·Becoming XXIII An Image, An Eidolon>(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Beijing, 2016), <Study the Phenomena of Nature·Ideal>(Grand Space, Beijing, 2015) 등지에 참여했고, 싱가폴, 중국 상하이, 충칭, 베이징, 항저우, 션전 등에서 <Small is Beautiful Ⅶ>(Art Stage Singapore, Singapore, 2017), <Bàn jié mén>(Hima Art Space, Shanghai, 2017), <INTER YOUTH>(Art Museum of China Academy of Art, Hangzhou, 2015)를 포함한 다수의 주요 그룹전에 참가했다.

작가 백경호(b.1984)의 장점은 회화로의 끝없는 탐닉과 그 결과물로서 매체적 이상 구현을 위한 여러 조형적 시도들이 만들어내는 시지각적 유희이다. 백경호 작가는 회화라는 큰 구조 속에서 이미지나 색채들을 거침없이 배치하고 두서없이 표출함으로써 이미지의 조형적 가능성과 유희성의 한계를 끝없이 탐문하고 확장한다. 작가가 2011년부터 발전시켜오고 있는 시리즈 <Smile Figure>는 인간을 형상시키는 동그라미와 네모 캔버스의 분절과 조합이 그 특징이다. 과거 여행에서 마주했던 모아이 석상의 형상과, 그 형상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던 존재감을 회화 작품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시작한 시리즈가 바로 <Smile Figure> 시리즈다. 분절된 동그라미와 네모틀의 간단 조합이 만드는 윤곽은 천사 혹은 인간이라는 구상적 형상을 보는 즉시명확히 제시하지만, 그 윤곽선 내부를 가득 채운 색채나 질감들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어지럽다. 그 즉각적 대비는 추상과 구상, 표출과 자제, 자유와 규율 등의 경계와 그로 인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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