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희 비구상전 – 하나의 전체, 전체의 하나

2018. 7.10() 2018. 7. 16()

강남구민회관 1층 전시실


변경희_우리는 무엇으로 우리가 되는가1_캔버스에 아크릴_91.0×116.8cm_2017

 

불특정 다수의 점들은 회화 속 공간에서 제 각기 순수하고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인간의 탄생조건을 닮았다. 어미의 자궁을 향해 심한 경쟁을 치루며 시작된 하나의 존재는 거대한 세상을 만나 분명한 한 점을 찍는다. 그로부터 점과 점 사이, 그러니까 나와 너의 ‘관계’, ‘인연’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간다.

이 작품은 그러한 합일과 통일을 지향하는 개체의 모양을 함축적 세계로 표현했다. 어떤 형태로 확장된 전체가 아니라 그 전체를 이루는 하나하나를 드러내고자 했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체의 질서와 조화를 파악하고,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개체의 완전한 모양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이루는 점은 그러한 개체의 완성이다. 또한 전체적인 면에서는 자연이 가진 근원적인 힘을 표현하고자 했다. 복잡한 기법과 불안정한 형태를 피해, 하나하나가 모두가 되는, 한 점이 하나의 섬, 하나의 대륙,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그 질서의 아름다움을 구현코자 했다.

변경희_우리는 무엇으로 우리가 되는가2_캔버스에 아크릴_116.8×91.0cm_2018

 


변경희_나는 작지만 너는 위대하다지리산1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93.9cm_2013

 

인생을 에워싸고 있는 시간이라는 공간은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진다. 과거에서 이어져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고 한 순간의 부재도 없이 생명의 순환을 지켜본다.

이 작품은 그렇게 인생의 배경이 되는 시간을 공간으로 불러와 시공간의 어우러진 모양을 드러내 보이며 점을 찍고 또 찍어, 그 점의 연속이 전체라는 하나의 모양을 만드는 과정을 완성체로 보여준다. 이로써 우리가 한 가지 사물을 보는 시점의 과거와 현재, 현재와 과거를 말하고자 했다.

나와 당신이라는 개체의 일차적 완성을 넘어, 크고 작은 인연이 이루어내는 작은 전체, 그보다는 큰 전체, 그리고 보다 거대한 전체로 변하는 과정이 작품제작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약한 우리가 하나의 모양과 하나의 이름을 가지는 눈물겨운 사연과 숭고한 아름다움의 종착지, 그 정상을 표현코자 했다. 그 어떤 위대한 구조물도, 어쩌면 우주 그 자체도 실상은 하나의 점으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점이다. 하나의 점. 그래서 하나하나의 점은 저마다의 정신과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다.

특히 ‘나는 작지만 너는 위대하다-지리산’ 시리즈는 나라는 단계, 나와 당신이라는 소박한 전체를 넘어, 우리라는 삶이 이루는 웅장한 자태를 산악의 형상으로 보여준다. 지리산은 어쩌면 단지 이름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리산을 사랑하지만 산을 그리기 위해 담아낸 풍경이 아니다. 이 산은 하루하루가 이루어낸 삶의 능선이며 삶의 골짜기며 삶의 꼭대기에 대한 은유다. 즉 수많은 시간의 흐름을 구체적 공간이라는 지리산으로 형상한 이중적 풍경이다.

 

2018년 7월 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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