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마이클 주 (Michael Joo) 개인전

 

국제갤러리는 2017년 11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마이클 주의 개인전 《Single Breath Transfer》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그의 첫 전시이자 1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국제갤러리 K2와 K3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마이클 주가 지난 2년간 뉴욕, 독도, 한반도 비무장 지대(DMZ) 등의 지역에서 연구하고 작업한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30여 점의 신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Single Breath Transfer》는 자연만물의 유동적인 상태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기인한다. 의학 용어 “single breath transfer(단회 호흡법 혹은 일산화탄소 폐확산능검사)”란 폐로 유입된 공기가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는 정도를 측정하는 임상실험을 일컫는다. 생명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인 산소 혹은 에너지의 순환 작용은 일상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물리적 법칙과 자연의 섭리를 은유한다. 마이클 주의 작업은 이러한 존재론적인 현상에 주목하며, 시간과 문화, 의미를 형성하고 결정짓는 시스템의 유동적인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로 확장된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업들은 신체와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우리의 신체와 특정 장소에 동력을 부여하는 요소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K2 1층 전시장에서 소개되는 (2017)연작은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12점의 유리 조각들로 다양한 높이로 특수 제작된 좌대 위에 전시된다. 제목이 설명하듯 각 유리 조각은 사람의 날숨을 종이 및 비닐 봉투로 포착한 후 유리로 캐스팅하여 제작한 것으로, 찰나에 흩어지는 인간의 숨을 이와 대조적인 유리주물이라는 시간 소모적인 가공법으로 전이하는 행위를 거친다. 유리는 고체에서 액체로, 그리고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하는 물질의 전이상태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매체이다. 에너지 또는 발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무형적인 숨을 고체화된 결정체로 재탄생시킨 작업은 미국 서부의 사막지대에서 관찰되는 오랜 시간의 흔적을 반영한 거친 암석층과 보다 일시적인 형태인 원자운(原子雲)을 연상시키며, 물질적인 영역(physical)과 대조되는 순간적인 영역(ephemeral)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7 Sins>(2016)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문맥을 탐구한 실크스크린 연작이다. 역시 과학적 접근을 수반한 이 작업은 제목이 내포하듯 성서에서 규정하는 7대 죄악, 즉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음욕 등의 행위를 범할 때 소모하는 칼로리 소비량을 0.001초 단위로 측정한 결과물로, 그 소모량을 베이킹 트레이에 새겼다. 이후 트레이를 담은 이미지를 종이에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인쇄한 후 질산은(silver nitrate)으로 처리하여 고유한 흔적을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고, 제작 마지막 단계에서 질감보존을 위해 우레탄 코팅으로 마무리 하였다. 이 연작은 하루에 인간이 행하는 찰나의 행위들에 내포된 사소한 화학적인 변화에 주목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숨겨져 있거나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물질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마이클 주는 미국 동부의 채광 지역에서 조지아 주(州)의 보초도(堡礁島), 북아프리카 지역의 화석층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막론하고 지질학적, 생태학적, 문화·역사적인 고유성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들을 선정하여 작업의 틀로 정하고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포착하는 기록의 과정을 거쳐왔다. K2 2층 전시장에서 소개되는 14여 점의 캔버스 작업인 (2017)에서도 이러한 작품의 장소-특정성과 정교한 리서치 과정이 주목된다. 작가가 선정한 장소는 대부분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정체성을 간직한 경계선상에 위치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캔버스 작업의 절반은 뉴욕주의 공장 일대에서, 나머지는 독도에서 제작되었다. 이번 작업을 위해 작가는 접근성이 까다로운 독도를 방문하여 섬의 지질학적 환경을 탐구함과 동시에 국가적 영토라는 개념에 대한 유연성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언뜻 보기에 회화와 유사한 이 작업들은 작가가 선정한 장소의 지면에 캔버스 천을 고정시킨 후 레진을 사용하여 본을 뜨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마치 3D 사진술을 연상시키는 제작과정은 중력과 결합된 송진이 지면의 굴곡을 따라 고체화됨으로써 표면에 새겨진 세부적인 흔적을 반전된 상(像)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본을 뜨고 송진이 마르기까지 소요되는 72시간 남짓 동안 나뭇가지, 이파리, 새 깃털 등 주변 환경의 일부가 마치 화석과도 같이 자연스레 화면에 함께 붙기도 한다. 이후 캔버스들은 스튜디오로 옮겨지고, 여러 겹의 질산은을 덧칠한다. 작가가 2006년부터 주로 사용해 온 재료 중 하나인 질산은은 마치 거울처럼 화면에 투사되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관객의 상을 담아내는 등 정적인 화면에 생기를 부여하여 작품을 보다 유연한 매개체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화학재료를 사용하여 비가시적인 요소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19세기의 초창기 사진술과 판화 공법에서 영향을 받았다. 또한 조각과 생물학을 전공한 작가의 배경을 반영하듯 그의 작업 과정은 입체적이고 지질학적인 현장 조사를 수반한다.

한편 K3에서는 2016년 워싱턴 스미소니언의 아서 M. 새클러 갤러리에서 선보였던 모빌 조각 (2016)와 유사한 작업이자 한반도 비무장 지대의 민간인통제지역에서 채집한 화산암으로 구성된 새로운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화산암은 지질학적인 차원에서의 시간, 변형 작용, 풍경, 그리고 이에 개입된 인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화산암 조각은 작가가 DMZ 남방한계선의 남단 지역에서 발견한 것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오늘날에 접근 불가한 북한 지역에 위치한 산의 화산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사회정치적 추이를 반영하면서, 자연이 끊임없는 유동적인 변화 속에 있다는 사실을 반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빌 작업의 상부 구조를 형성하는 가는 쇠막대는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두루미 떼의 이동 대형을 참고하였으며 자칫 깨지기 쉬운 평형상태를 유지하고자 섬세하게 연출되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는 역설적이게도 한반도 비무장 지대에서 생명을 보호받아 왔으며 분단의 현장 한가운데에 강력한 화합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K3에서 소개되는 또 다른 모빌 작업인 (2017)는 독도의 폐기된 구조물에서 버려져 있던 작은 철근들과, 한때 건물의 토대를 구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과 자연에 의해 마모된 돌들로 구성된다. 모빌의 하부에 매달린 가장 큰 ‘바위’는 작은 화산석을 3D 스캔하여 100배 이상으로 확대한 후 목탄으로 제작한 인공물로 모빌이 서서히 회전할 때 전시장 지면에 위치한 캔버스 천에 타원형의 궤적을 남기도록 하였다. 이 작품은 장소의 일부(목재)가 그 장소를 담는 도구로 재현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마이클 주는 지난 30여 년간 남다른 지적 호기심과 명민함으로 연구, 기록, 그리고 과정에 중점을 둔 예술적 실험을 거듭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미술 내의 다양한 매체를 하나의 작업으로 합치시키는 등 예술의 경계선을 확장시켜왔다.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키는 마이클 주 특유의 예술적 언어는 종교, 심리학,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물질성에 대한 관찰과 탐구를 통해 사회적 가치관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 내리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About chief editor

다양한 문화 예술의 ARTNEWS 입니다.
보도 수신 은 editor@artnew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