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선+]전주연 개인전< The Reading Room >

우리는 과부화된 의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텍스트는 넘쳐나고 해석하고 소화 시켜야 할 의미들이 산적해 있다. 2017 스페이스선+ 신진작가, 전주연 작가의 개인전 ‘The Reading Room(읽기 방)’에서 작가는 전시 공간을 역설적으로 읽을 수 없는 글로 채운다.

전시의 주재료는 바로 텍스트이다. 하지만 텍스트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개입된 작가의 행위와 노동으로 인해 개념적인 상태에서 물리적인 상태로 전환 혹은 가공되며, 읽을 수 없는 표현으로 변화한다.

의미로 전환 될 수 없는 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미지나 풍경이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은 흔히 글을 읽을 때 가동 시키는 개념적 사고를 멈추고 다른 감각으로 전시를 읽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The Reading Room’ 전시는 10/20(금) 부터 11/6(월) 까지 삼청동 스페이스 선+ 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주연_Aerotext-performance1_

풍선 위 마커로 글자 적기와 관련 퍼포먼스_풍선 540개의 가변설치와 영상물_2017

 

전주연_Field of Study_투명 비닐 입체물_가변설치_2017

▪작가노트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크게 감동 한 적이 있다. 온 벽과 통로마다 배치된 책들을 보고 그 많은 생각과 의미들이 늘어서 있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책을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나 만족감 이상의 흥분감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볼 때 그 별 하나 하나의 의미를 알아야지만 감격하는 것은 아니다. 별이 아주 많아 보인다거나 그것이 쏟아질 듯 한 느낌이 든다거나 먼 우주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측정 될 수 없는 아득함으로 느껴진다는 것 등등 때문에 우리는 별에 감동한다. 서점에서 느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 서점 공간을 점유한 엄청난 양의 종이 두께와 빽빽한 글씨들은 나에게 의미의 지적인 체험이 아니라 텍스트 자체가 주는 물질적 체감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나는 종종 글을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물질적인 글의 용량이 주는 쾌감 때문에 책을 구입하였다. 그 쾌감이란 생각이 용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에 발생하는 어떤 것이었다.”

 

“페이지(page)의 어원이 “밭고랑”에서 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책을 펴면 고르게 정리된 밭고랑 같은 글자의 배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글을 쓰는 행위는 개념적이고 구조적이며 지적인 것 인데 그것을 밭을 일구는 육체의 움직임으로 전환시켜 생각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우리가 글을 떠나 사는 날이 있을까. 잠시 눈을 돌려 주변 공간을 바라보면 어느 곳에나 말과 글이 있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고 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말없이 유지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글이 갖추고 있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연을 닮고자 하는 시도이다.”

“글은 읽히기 위해 적혀진다. 그 명확한 목적성에 반하는 행위, 즉 읽지 않음은 그 글이 주는 개념이나 의미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고 텅 빈 페이지(생각이 펼쳐 질 수 있는 공간) 안에 자발적인 생각의 착상을 가능하게 하는 가변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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