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베를린 킨들 현대미술센터 연례 커미션

베를린 킨들 현대미술센터는 베를린의 남쪽 노이쾰른에 위치한 신생 미술기관이다. 매년 작가 한 명을 선정하여 20미터에 달하는 층고가 인상적인 보일러 하우스 공간에 단독작을 선보인다. 스위스 작가 로만 지그너, 벨기에 작가 데이비드 클레어부트에 이어, 올해는 양혜규가 선정되었다. 이에 장소특정적으로 고안된 블라인드 설치 신작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이 10개월간 전시된다.

킨들이라는 맥주 양조장의 보일러 하우스는 산업화 시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이 공간은 작가에게 자신이 성장한 1970, 80년대 한국의 기억을 소환하는 한편, 산업화의 일부였던 거대한 기계의 동력과 사회적인 운동성을 돌아보게 하였다. 이미 작가는 공장 등 과거 다른 용도로 기능했던 공간에 반응하여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대형 블라인드 작업을 수차례 제작한 바 있다. 제13회 카셀 도큐멘타의 쇠락한 화물기차역 플랫폼, 발전소였던 런던 테이트 미술관 산하의 더 탱크, 나치 전당이었던 뮌헨 하우스데어쿤스트 등에서 선보였던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간이 동시대에 들어 문화적 수행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하고 여기에 작가적 개입이 이루어질 때마다 양혜규는 건축에 새겨진 시대와 역사를 재해석해왔다. 이는 그가 초기작부터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지역적 맥락을 추상적인 조각의 발원점으로 삼았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은 미묘하게 각도의 변화를 준 원통형을 기본으로 구성된 블라인드 작품이다. 검정색 블라인드로 된 외피 내부에는 좀 더 작은 크기의 블라인드가 일종의 심지처럼 자리하는데, 천장에 장착된 모터로 이 푸른색 내심 전체가 천천히 회전한다. 작가는 그간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工學的 안무>(카셀 도큐멘타, 2012), <세 번 접기와 여러 번 꼬기>(글래스고 조각 스튜디오, 2013) 등에 전동 블라인드를 도입하여 움직임을 실험한 바 있다. 좀 더 진화된 킨들 신작은 개별 블라인드가 아닌 천장 구조물을 가동시켜 보다 전면적이고 입체적인 움직임을 실현한다. 다층적으로 중첩된 블라인드는 기계의 느리지만 정확한 율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패턴을 만들어 내며 압도적인 규모로 관객을 맞이한다.

이후 작가는 독일의 역사 깊은 아트 페어인 아트 쾰른이 열리는 내년 4월에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또한 2019년 5월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는 또 다른 대형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다.

킨들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기반의 70년 전통 맥주 양조장이었던 킨들 공장 본사를 스위스 소장가 부부 부르크하르트 파른홀트와 살로메 그리자르가 인수한 후 미술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단지 내 보일러 하우스에서 열린 첫 전시 이후, 2016년 미술센터로 전관을 개방했다. 보일러 하우스에서는 연간 선정된 작가의 단독작이 소개되는 한편, 맥주 양조장의 기존 파이프 구조가 노출되어 있는 본관에서는 3개 층에 걸쳐 다양한 기획전과 개인전이 열린다. 개관 이래 데이비드 클레어부트, 로만 지그너, 시라나 샤바지와 같은 중견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되었고 베를린의 차세대 미술기관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
2017
알루미늄 블라인드, LED 등, 알루미늄 및 강철 천장 구조, 분체 도장, 강선, 회전 무대, 전선
1105 x 780 x 780 cm
Courtesy of the artist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 전시 전경, 킨들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독일, 2017
사진: Jens Zieh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

양혜규(b. 1971)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학교 슈테델슐레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했다. 올해 모교 슈테델슐레의 교수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1994년 이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서울을 기반으로 국제 미술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대규모 설치, 조각, 평면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양혜규의 최근 전시로는 함부르크 쿤스트할레의 《의사擬似-이교적 연쇄》(2016), 파리 퐁피두 센터의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2016), 몬트리올 비엔날레(2016) 등이 있으며,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CCA), 삼성미술관 리움,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미술관, 뉴욕 뉴뮤지엄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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