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이상원미술관 기획 윤석남 개인전

 

이상원미술관은 2017년 여름, 윤석남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윤석남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1980년대 초기 작업부터 여성주의적 성격의 작품을 선보였던 윤석남 작가는 폭넓은 의미로써 모성(母性)의 가치를 따뜻하고 자유로운 감성으로 펼쳐나갔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표된 순서대로 <어시장>, <1,025:사람과 사람 없이>, <Green Room>이다.

 

2003년에 제작된 어시장은 윤석남 작가가 평소에 자주 찾았던 수산시장의 풍경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수많은 어류를 취급하는 여성 상인들의 활력 있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은 작가에게 짙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한 생활인으로서의 여성의 모습은 싱싱한 물고기들의 모습과 만나 마치 대양을 다스리는 여신처럼 위풍당당하게 그려졌다. <어시장>에 등장하는 여성은 커다란 고래를 머리에 이고 긴 팔로 100여 마리가 넘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아우르며 서 있다. 흔히 여성주의적 관점은 여성을 억압받고 희생하는 모습으로 그리거나, 투쟁하는 주체로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면 타당하지만 윤석남 작가가 생각하는 모성을 담은 여성상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생명을 북돋으며 사랑으로 돌보는 속성’을 지닌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어시장>은 그러한 작가의 여성관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윤석남 작가는 작품 <어시장>에 대해서만큼은 작가 소장품으로 마지막까지 남겨놓겠다고 말한다.

윤석남_어시장_acrylic on wood_가변설치_2003

 

이후 작업한 <1,025:사람과 사람 없이>는 5년여의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으로 2008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윤석남 작가는 무심하게 버려진 유기견 1,025마리를 키우게 된 이애신 여사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아 직접 [애신의 집]을 방문하고 나서 <1,025:사람과 사람 없이>를 제작 하였다. 나무판을 자르고 다듬고 채색하여 1,025개가 넘는 유기견의 모습을 담은 조각을 만들고 유기견을 돌 본 이애신 여사를 모티브로 여성의 모습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1,025개의 조각 중 300여 개의 조각과 여성 조각을 선보인다.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이라도 하듯 우울한 눈동자의 유기견에 대한 연민과 버려진 것들을 감싸 안는 모성적 행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사람과 사람 없이’라는 제목이 처연하게 다가오며 작품 앞에서 무거운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이기심이 가져오는 비극을 직면하여 가슴 아프지만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윤석남_1025-사람과 사람 없이_2008_acrylic on wood_부분_2008

이번 전시에서 윤석남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Green Room>이다.

윤석남 작가는 2010년에 종이오리기 작업을 설치하는 Room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Room설치 작품은 <Blue Room>, <Pink Room>, <White Room>등의 주제에 따라 색상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그 중 <Green Room>은 생태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신비로움이 표현된 작품이다. 화악산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상원미술관 3층 전시실은 바깥의 자연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구조이다. 강원도의 웅장한 초록의 자연을 이어받아 전시실에는 초록빛깔의 한지 3천장을 오려 만든 다양한 문양의 종이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만여 개의 초록 구슬이 바닥에 흩어져 빛을 반사하고 누군가를 초대한 듯 직접 만든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초록의 공간이 펼쳐진다.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예술적 언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호소한다. 초록색은 생태와 자연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윤석남 작가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부조리를 솔직하게 표현하였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성 안에 내재해 있는 폭넓은 가능성에 대해 발견하였다. 나아가 남녀의 성별을 넘어 생명과 생태의 가치를 천명하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윤석남 작가가 호소하는 모성은 자신이 나은 자식만을 사랑하거나 자신과 같은 종류의 생명만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의 다른 이름이자 ‘자유로운 존재’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윤석남_Green Room_Mixed Media_가변설치_2013

 

 

 

 

작가 소개:

윤석남 작가(1939~)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던 중 불혹의 나이(1979년)가 되면서 미술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올 해 78세가 되는 윤석남 작가는 만주에서 출생하였고, 성균관 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 결혼하였다. 1979년 10년간 주부로 생활하던 중,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남편이 준 한 달치 월급으로 모두 화구를 산 뒤 본격적으로 작업실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였다.

독학이었고, 늦은 시작이었으며, 여성이었다. 그러나 윤석남 작가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작품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작업을 시작하였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가장 먼저 다룬 소재는 그의 어머니 원정숙 여사였다. 원정숙 여사는 윤석남 작가에게 진정한 모성의 모습을 보여준 전범(典範)이었다. 또한 1970년대 평범한 주부로 사는 삶에서 공허함을 느낀 작가는 ‘여성의 역할’을 규정지어 놓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상처받은 자아와 동료 여성들에 대한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이 통하는 페미니스트 예술가와 인문학자들과 함께 여성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예술적인 표현 활동을 하였다.

1990년대에는 회화 작업으로부터 확장하여 버려진 빨래판이나 가구 등을 이용한 입체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나무’는 윤석남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재료가 되었다. 나무판을 다듬고 자른 후 채색을 하여 만들어내는 입체 작품이 윤석남 작가의 주된 표현 양식이 되었다.

어머니, 자기 자신, 버림받은 유기견과 그를 돌보는 여성,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여성, 그리고 바리데기 신화에 등장하는 치유의 존재로써의 여성에 이르는 작품의 소재는 이제 인간을 뛰어넘어 생태와 우주에까지 다다른다.

199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특별전에 <어머니의 이야기>작품을 설치하였고, 여성미술가 최초로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경기도 화성에 작업실을 두고 활발한 작품 제작과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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