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동 개인전 – From Nowhere

전시 기간 : 3월 15일-21일, 2017   

전시 장소: 갤러리 고도, 서울 종로구 율곡로 24번지

전시작품: 18점 근작(유화, 수채화)

갤러리 연락처: 02 720 2223           

홈페이지 : gallerygodo.com

The Gas Station 70.0×147.0cm colored pencil on paper 2015

권기동은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 속 몽환적 노스탤지어의 공간을 시각적 사유의 장에 호출한다. 그의 시선을 통해 도시는 경관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욕망이 투사된 ‘그 곳’이 된다. 익명의 군중들이 스쳐 지나가는 놀이공원이나 대형 쇼핑몰의 광장은 로맨틱한 향수와 환상을 소비하는 부유와 방랑의 공간이며 행복감의 도취를 제공하는 강렬한 키치(kitsch)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곳이다.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현대 도시에 재현된 가볍디 가벼운 포스트모던의 공간을 전통적 유화의 기법을 차용하여 묵직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작가는 그가 관찰한 환상의 공간을 비판적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현상 속에서 원본(original)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다. 즉, 주변의 시선으로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을 탐색하는 것이다.

–갤러리 고도, 김순협

도처에 편재하는 시뮬라크르의 풍경           최태만/미술평론

 

권기동은 도쿄의 쇼핑몰 다이바 시티 앞 광장의 건담과 자유의 여신상을 함께 등장시킨다. 도시를 스펙타클로 만드는 혼성과 착종이 교차한 현대 도시는 진열장이 연속해서 펼쳐지는 아케이드가 외연을 확장하면서 장소의 맥락을 해체, 재구축한 공간이다.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건담과 자유의 여신상의 병치는 과거와 미래가 한 장소에서 뜻밖에 만난다는 점에서 로트레아몽의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것은 자동기술법과는 상관없는 혼성모조의 풍경일 따름이다. 이 혼성모조품들은 신화의 창조(인간과 일체가 된 로봇의 등장)과 신화에의 복고(숭고한 이념으로의 회귀와 고착)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일상을 환상의 나락 속으로 추방해버리는, 급기야 아주 짧은 순간 이 환상이 걸어놓은 최면의 마술에 걸려들게 만드는 덫으로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대상으로서의 로봇이나 조각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구조이다. 따라서 그가 그리고 있는 병치의 풍경은 대상 너머의 도시구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기동은 이 건담에서 일본 정신분석학자 기시다 슈(岸田秀)가 말한 일본인들의 열등한 자아가 투사된 것으로 느꼈다고 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아시아로부터 벗어나 서구가 된다(脫亞入歐)’는 선동적 주장이 아마 이런 정신 분열적 상태를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신분열이 폭발한 것이 미국으로 향한 선전포고였지만 패전 후 갑자기 평화주의자가 돼 승전국의 군대를 맞이한 일본은 과학에의 동경과 열망으로 열등한 자아를 건담과 같은 거대로봇에 투사했을 수도 있다. 작가의 말을 존중한다면 건담은 패전 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던 ‘철완(鐵腕) 아톰’으로부터 마징가Z, 에반게리온에 이르는 일련의 로봇 애니메이션에 나타나는 열등한 자아의 투사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연장한다면 행복에 대한 환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정체불명의 여신상 또한 알레고리와 상관없는 욕망을 의인화하여 전시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가질 수도 없고 성취할 수도 없는 욕망이 투사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테마파크든 키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모조품이든 도시풍경을 구성하는 낯선 것들의 조합은 디즈니랜드가 울타리를 해체하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도시 전역으로 확장된 느낌을 자아낸다. 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키치적 풍경은 자본의 잉여물이자 동시에 자본이 강요하는 균일화, 표준화, 모더니즘의 기능주의 미학에 균열을 낸다는 점에서 욕망이 해방되는 장소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시각적 유혹을 증폭시키는 이 풍경은 풍요에 대한 부질없는 약속과 동시에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가 하면 현실과 극현실(hyper-reality)의 충돌과 어쩌면 이러한 마찰을 회피하는 불안한 타협 혹은 굴복이 일어나는 휴지(休止)의 찰나이자 지점이기도 하다.

 

 

권기동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시풍경은 그가 마주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한 것이지만 우리로 하여금 이미 본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 즉 데자뷰(déjà vue)를 자극하는 매력과 마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도시의 풍경이 작업실에서 회화로 되살아나면서 가공된 현실이 실재하는 현실을 추월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a)로 전이된 작품은 재현 너머의 의미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 약력: 권기동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경기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외교통상부, Angle Homes(Inc.)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십여 차례의 개인전과 Korean Art Today, KIAF, 풍경을 보는 여섯 가지의 시선 등 다수의 국내, 국제전을 가졌다. 2006, 2007, 2011 Sovereign Asian Art Prize Finalist로 선정되었으며 2015 Art Hub International Artist Residency 입주 작가로 참여하였다. 이 전시는 작가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About Jongsa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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