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스크랩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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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과 함께 준비한 본 전시는 카르티에-브레송이 1946년에 만든 스크랩북을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이유는 그의 실체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있어 이 스크랩북이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인생 초반을 망라한 자료이자 사진가로서 인생을 시작하던 카르티에-브레송 내면의 자성적인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일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스크랩북은 1947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기획한 그의 회고전을 위해 카르티에-브레송이 직접 준비한 300장이 넘는 작품이 담긴 포트폴리오다. 1932년부터 1946년까지 약 15년간의 사진행적이 담긴 이 포트폴리오는 전쟁과 포로생활을 겪은 후 자성적인 고민 가운데 그 동안 작업한 사진들을 스스로 정리한 것이다.

또 한가지 특별한 점은 카르티에-브레송이 직접 인화한 유일무이한 작품들이라는 사실이다. 암실작업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카르티에-브레송이 1946년 직접 인화한 250여 점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들과 함께 1947년 뉴욕현대미술관 회고전에 전시한 작품 그리고 당시 회고전을 준비하며 보몬트 뉴홀과 주고받은 서신과 친필 다이어리 등 카르티에-브레송의 손길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사진 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전설적인 사진가의 인생과 함께 사진사의 한 자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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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의 스크랩북은 언제나 내 기억 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스크랩북은 그의 어머니 집에 있는 낡은 서류 가방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앙리는 종종 그것에 대해 가장 소중한 물건이니 조심해서 다룰 것을 당부했다”
– 마틴 프랭크(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 설립자이자 카르티에-브레송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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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포로로 잡힌다. 당시 뉴욕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보몬트 뉴홀은 카르티에-브레송이 죽었거나 실종되었다고 판단하였고,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3년 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1943년 3번의 시도 끝에 카르티에-브레송이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에 3년 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1943년 3번의 시도 끝에 카르티에-브레송이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보몬트 뉴홀과 그의 아내 낸시 뉴홀은 회고전을 위하여 카르티에-브레송의 지인들에게 그의 작품들을 수소문하며 전시를 준비하던 중 카르티에-브레송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카르티에-브레송 역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한다.

1946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자신의 회고전 준비를 함께 돕기로 결정하고 수많은 작업들 중 300여 점을 선별하여 작은 크기로 직접 인화한다. 이 중 많은 작품들은 처음으로 인화된 것들이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이 작품들과 함께 뉴욕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스크랩북Scrapbook’을 한 권 구매하여 직접 인화해온 346 점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부착했다. 이 스크랩북 속 이미지 중 163점을 큐레이터와의 상의 끝에 최종 전시작으로 선별했으며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생애 첫 회고전은 1947년 2월 4일 개막하여 4월 6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후 1990년대 초 불현듯 스크랩북 속 작품들의 엄청난 가치와 희귀성을 깨닫게 된 카르티에-브레송은 접착제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이미지들의 변질을 우려하여 스크랩북에 붙어있던 작품들을 한 장 한 장 떼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13장의 원본 페이지를 제외하고 모든 이미지들을 스크랩북에서 분리하여 보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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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북에 담긴 사진들은 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활동이 가장 풍부했던 시기의 작품들이며 그의 사진인생의 결정적인 전화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품은 당시 스크랩북 원본과 함께 카르티에-브레송이 직접 인화한 250여 점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를 한미사진미술관에서 8월 27일 첫 선을보인다. 전시 개막일에 맞추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의 소장품 담당자 Aude Raimbault(오드 랭보)가 방한한다. 이 전시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과 협력하에 개최되며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 사업으로 8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어진다.

1908년 샹트루 Chanteloup 에서 태어나, 일찍이 카르티에-브레송은 회화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아이 보리 코스트Ivory Coast에서 1년을 보낸 후 1932년 카르티에-브레송은 라이카Leica를 발견하게 된다. 1933년 뉴욕의 줄리안 레비 갤러리Julien Levy Gallery에서 첫 전시를 개최한다. 그는 계속해서 동유럽과 멕시코에서 사진 작업을 진행했고 영화제작에도 관심을 가졌다. 장 르느와르Jean Renoir와 1936년,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함께 작업하였으며 그사이 스페인 전쟁 관련 3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포로로 잡혔으며 1943년 2월 세 번째 시도 때 탈출에 성공했다. 포로수용소 탈출 후 Editions Braun이 의뢰한 예술가들의 초상 연작을 완성하고 이후 1945년 자유와 삶을 다시 찾아가는 전쟁 포로의 해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귀향Le Retour〉을 감독한다. 1947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을 개최했으며 같은 해 로버트 카파Robert Capa,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조지 로저George Rodger 그리고 윌리엄 반디베르트William Vandivert와 함께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를 창립한다. 이후 그는 3년동안 아시아를 여행했다.

유럽으로 돌아와 1952년 그의 첫 사진집 『결정적 순간Images à la Sauvette』을 출간한다. 1954년 냉전시대 이후 외국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구 소련에 입국 허가를 받았으며, 자주 여행 했다. 드로잉에 전념하기 위해 1974년부터 사진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2000년, 카르티에-브레송은 자신의 작업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아내와 딸과 함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재단을 설립한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2004년 8월 3일 프랑스 몽쥐스탱 Montjustin 에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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