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나우트 믹: 평행성(Parallelities)》(8.29-11.29)_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는 2015년 8월 29일부터 11월 29일까지 네덜란드 작가 아르나우트 믹 개인전《평행성(Parallelitie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 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계들과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회, 심리적 현상에 주목한 영상?설치 작품 4점을 소개하고 연계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한다. 전시 제목인 ‘평행성(Parallelities)’은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국경 또는 접경지역 등과 같이 구별되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는 상황들을 다루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의미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서로 다른 경계 지역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갈등하는 개인들, 주어진 사회 시스템 안에서 순응하며 때로는 방관자로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거울처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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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에서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아이스크림 고지(Ice Cream Hill)>(2014-2015)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강원도 철원 DMZ 접경지역에 위치한 ‘삽슬봉’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삽슬봉은 한국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실제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냉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겨진 남?북 분단의 상징적 장소이며 수많은 폭격으로 산이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내린 것처럼 보인다 하여 ‘아이스크림 고지’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영상은 젊은이들의 즐거운 소풍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영상 속 등장인물 중 하나가 군복을 입으면서 일부 무리가 갑자기 군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고, 유쾌했던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서로 위계 없이 어울리던 젊은이들이 권위와 권력을 부여 받은 자와 이에 복종하는 이들로 나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러한 모습은 전장을 연상시키는 화면과 나란히 상영되면서 한민족인 남과 북이 전쟁을 벌였던 과거사를 상기시킨다. ‘아이스크림 고지’라는 이름이 주는 귀엽고 달콤한 이미지와 달리 처참했던 전쟁의 참상을 반영하는 촬영지의 이중성은 평온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주는 아르나우트 믹의 작업에서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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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고지>가 남북간의 경계와 갈등을 다룬다면, <훈련장(Training Ground)>(2006)과 <삼투와 과잉(Osmosis and Excess)>(2005)은 국가 간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다룬다. <훈련장>은 일견 경찰이 불법 이주민을 통제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오히려 이주민들이 경찰을 저지하는 장면으로 역전된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은 권력을 가진 주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며, 국적에 따라 달리 부여되는 권력과 국가의 권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미국 샌디에고와 멕시코 티후아나의 접경지역을 배경으로 한 <삼투와 과잉>은 의약품과 생필품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된 약국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약국은 실은 진흙지대 위에 세워져 있으며, 심지어 진흙 위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이 약국에 등장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목가적인 전원 풍경으로 보이는 화면은 갖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멕시코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 세워둔 차들로 뒤덮여 있음을 보여주는데, 미국의 거대한 상업문화와 소비욕구가 멕시코와의 경계에서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한편 <로 푸티지(Raw Footage)>(2006)는 작가가 기존의 영상자료를 처음으로 이용해 제작한 작업이며, 전시작 중 유일하게 사운드가 있다. 이 작품 속 장면들은 1990년대 민족 간 분쟁으로 시작된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로이터 통신과 ITN에서 촬영한(보도되지는 않은) 기록 영상들로, 작가는 이를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기록으로 남겨질 만큼 중요하지도, 보도될 만큼 극적이지도 않다는 이유로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판매되는 필름이 되어버렸지만, 이 영상들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의 전형화된 이미지를 뒤엎고 그 이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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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Training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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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투와 과잉(Osmosis and Excess)

아르나우트 믹의 작업은 퍼포먼스, 영화, 조각, 건축을 넘나들며 ‘무빙 픽처(moving pictures)’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그는 전시 공간을 반영한 구조물을 제작하고 그 속에 스크린을 넣어 영상물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영상과 공간을 접목한 설치 방식은 관람객에게 실제 공간과 영상 속 가상 공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색다른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제공한다.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유사하게 반복되는 아르나우트 믹의 영상은 사실과 허구, 질서와 무질서, 무거움과 가벼움, 평온과 불안 등의 상반되는 상황을 넘나들며 보여줌으로써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든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익숙한 듯한 장면을 낯설게 느끼게 하며, 평소 우리가 보는 사건 혹은 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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