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방앗간/유랑예술단 프로젝트 첫번째 에피소드 강릉: 볕마중

  1. 전시소개

방앗간 ● 떠돌이 연극집단인 ‘유랑극단’을 모티브로 하여 예술가들의 여행을 테마로 한 ‘유랑예술단’은 예술가와 기획자가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한 흥미로운 예술 공간들을 찾아가는 프로젝트이다. <유랑예술단 첫번째 에피소드 강릉: 볕 마중>은 유랑의 첫 출발지로 삼은 봉봉방앗간에서 열린다. 봉봉방앗간은 강릉시 명주동에서 1940년부터 운영해온 ‘문화방앗간’을 그 전신으로 하고있다. 한 마을의 방앗간이란 곡식 자루를 이고지고 아낙네들이 드나들며 마을의 온갖 소식을 전하던 마을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현대사회에서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진 근대 생활유물 중 하나인 이 방앗간이라는 장소, 강릉시 명주동의 문화방앗간은 2011년 문을 닫게 되면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인수되어 ‘봉봉방앗간’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곡식을 빻는 일 대신 커피를 내리고 예술활동을 벌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봉봉방앗간 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 콘크리트 플랫폼에서는 전지인 작가의 전시와 함께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는 시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쓸모 없어진 것들이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고 다양하게 활용될 뿐 만 아니라 예술 창작 활동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주제로 하여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의 최호진 사무국장의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볕 마중 ● 봉봉방앗간에서의 작업은 오랜 시간의 켜를 간직한 방앗간 건물이 단서가 되었다. 전시 작가 전지인은 방앗간 2층의 전시공간 콘크리트 플랫폼에 달린 7개의 창문에 주목한다. 각기 다른 생김새의 7개의 창에서는 시시각각 다른 생김새의 빛이 들어와 공간의 하루를 훓고 지나간다. 작가가 발견한 것은 이 볕이 드는 자리였다. “반가운 손님을 환대하듯 마중한다. 매일 볕이 드는 자리에 미리 나가서 기다린다. ‘볕 마중’은 2014년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 가슴 아픈 사건과 접한 경험에서 끌어낸 작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자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이며, 개인이 후회나 자책이 아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로서 보다 원하는 길을 만들고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의식(儀式)이다. 더불어 방황으로 어둠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광화문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설거지를 끝낸 주방 앞 싱크대에서 개인의 역할을 멈추지 않고 있었던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 한 조각을 볕으로 전하고 싶은 것이다”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전시공간이 열리는 12시부터 21시 사이에 창을 통하여 볕이 들어오는 시간을 30분 단위로 측정하고 볕이 드는 자리에 미리 볕을 설치한 <볕 마중>이라는 작업으로 탄생했다. 마중은 기다림의 미학이자, 환대의 유약한 몸짓이다. 다소 감상적인 ‘볕 마중’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더욱 작가의 진심을 드러낸다.

또 하나의 작품 <Air House>는 이전 거주자가 이사를 떠난 후 남아있는 빈집에 다음 거주자가 새로운 삶을 꾸리기 위해 공간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 사이의 모습을 담담한 앵글로 보여준다. 작가는 작업실을 이전하기 위해 선택한 빈집, 갖고 싶은 집과 달리 현실적인 형편에 맞추어 선택한 빈집,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인 그 빈집에게 이별 편지를 써보낸다. 누군가 사용했던 집은 다음 사용자에 의해 원하는 대로 수리되고 꾸며져 새로운 집이 되었다. 누군가 살을 섞으며 살았던 집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하작업실이 되었다. 누군가 곡식을 빻던 방앗간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커피콩을 볶는 곳이 되었다. 빈 집은 과거의 시간에도 현재의 시간에도 그 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다. 욕망이 투영된 것은 집이었으나 욕망을 결정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집은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공간으로 탈바꿈 할 것이고, 또 다시 버려지는 욕망에 의해 빈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움직이는 축제(A movable feast) ● “만일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 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 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젊은 헤밍웨이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머물며 가난한 살림을 이어가던 오래된 도시 파리에 바치는 헌사처럼 이 땅의 어느 도시에 잠시 머무는 유랑예술단의 예술가들은 그들과 조우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움직이는 축제가 되어 편린같은 기억들을 흩어놓게 될 것이다. 한때 곡식 자루를 짊어진 아낙네들을 기다렸던 방앗간은 이제 예술가를, 노래를, 이야기를, 이 모든 것을 기대하는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움직이는 축제를 선사하기 위해.

글/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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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람

 

임보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대학 조형연구소와 갤러리175의 큐레이터, 스페이스 오뉴월의 디렉터를 역임하였 다. 2008년 <주식+꽃밭>(갤러리175, 서울), <Everyday is Not the Same>(BizArt, 중국 상하이), 2009년 제1회 여미지 아트 프로젝트, 2013년 성북동 예술제 <오뉴월 메이페스트>, 2013년 <Site Explorers>(GalleryADO, 일본 구마모토) , 2015년 <유랑(ラオユネ): Site Explorers> (갤러리175, 서울)등 전시, 공연, 미디어 퍼포먼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시각예술전시 및 예술제를 기획하였고, 해외로는 일본, 유럽에서 활동하는 등 활발한 국제 교류를 하고 있다. 2014년 Project VIA에 참여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리서치 트립을 수행하였으며,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지역예술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하여 2015년 <유랑예술단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장기적으로 는 세계 각국의 예술기획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장르 간 협업으로 예술의 교류를 확대시키고자 한다.

 

전지인

 

전지인은 영상과 설치,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시간이 변모하여 의미가 변한 근현대사의 장소, 사건, 기억을 비가시적 영역(invisible realm)을 통해 공간과 실재의 다양한 층위에 접근해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17×17> 토탈미술관, <광주비엔날레 제3섹터: 미술오케스트라> 광주시립미술관, Biz-art center 상해, GlasMoog-MinusEins-FoyerGallery 쾰른, <미디어아카이브 프로젝트> 아르코미술관, <생각의 지도> K-ART`S 갤러리에서 전시하였다.

 

최호진

 

최호진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의 사무국장으로 최순우 옛집,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고희동 가옥 등을 포함한 한옥과 근현대 문화유산, 도시와 마을의 보존과 활용 실무를 맡고 있다.

 

시와

 

시와는 내면의 풍경을 독백하듯 노래하는 것에서 출발해 이제는 타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깊은 목소리로 성장한 음악가이다. 2007년 라이브클럽 빵 컴필레이션 음반에 ‘화양연화’를 수록한 것을 시작으로 2개의 정규음반과 2개의 EP를 발매했고, 2014년 가을 3집 음반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를 발매했다.

 

  1. 오시는 길

 

봉봉방앗간 콘크리트 플랫폼(강릉시 경강로 2024번길 17-1)

  1. 070-8237-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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