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175에서 큐레이터 기획전 ‘유랑(流浪): Site Explorers’ 열린다.

갤러리175에서 큐레이터 기획전 “유랑(流浪): Site Explorers”이 열린다.
독립 큐레이터 임보람이 기획하고 다큐멘터리 감독 안건형, 시각예술작가 박승원과 송지은의 프로젝트 그룹 프로젝트커뮤니티찌찌뽕,  사진작가 이다슬, 일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츤이 참여한다.실재와 허상이 혼재하는 현실적 장소를 탐사하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영상, 사진, 설치 작품 이 펼쳐진다.
WEB

>>오프닝 일시: 2015년 6월 20일 오후 6시

>>장소: 갤러리175,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B1 

>>전시기간: 2015년 6월 20일 ~ 7월3일

>>참여작가: 안건형, 프로젝트커뮤니티찌찌뽕(박승원+송지은), 츤, 이다슬

>>기획 임보람

  1. 전시소개

 

실재(實在)하는 허상(虛像)을 쫓는 유랑가들

전시기획/글    임보람

 

공간과 시간, 그 사이를 떠도는 유랑가이자 동시에 탐사자인 예술가들은 머물지 않는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장소-사이트(site)-를 떠돌며 탐구하고 재현한 이야기들이다. 예술가들은 사이트에 개입하여 특정 장소 혹은 인간의 역사와 삶에 관여한다. 장소와 장소, 시간과 시간, 개념과 개념의 사이를 유랑(流浪)하며 탐사(探査)하는 이들은 장소에 관한 탐구로서 특정 이야기를 재생해내기도 하고, 현실 속에 존재해왔던 사물에 개입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도 하며, 물리적 장소를 해체하거나, 상상의 이야기를 덧붙여 환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들에 의해 발현된 사이트는 현실과 허구가 적절히 혼재된 장소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근간이 되는 장소(site)에 유랑(流浪)이라는 행동양식을 부여하여 예술가의 시선을 물리적인 장소를 벗어나 장소가 생산하는 개념들 사이를 부유하는 것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예술가와 함께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혼합된 바탕 위에 세워진 새로운 사이트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첫번째 사이트로 유랑을 떠나보자. 자본주의적 환상의 실체, 신화의 주인공은 실재하는가? 안산시 원곡동이야말로 소문과 환상을 쫓아 모여든 사람들의 장소일 것이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것까지야 있겠냐마는, 대한민국 이주민 현실의 집합체이니 말이다. 쫓겨난 고려인의 후손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여 살았지만 한국에 오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안산에 정착하게 된, 어느 다큐멘터리의 알렉스 김 이야기[1] 와 마찬가지의 것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알렉스 김의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곳에는 어김없이 ‘성공신화’가 탄생한다. <세멜레:Semele>는 원곡동 이주민들과 지역민들에게 공공연히 회자되는 성공한 사람의 소문을 쫓아가는 영상 작업이다. 과연 원곡동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장 건물이 많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프로젝트 커뮤니티 찌찌뽕의 작가 박승원과 송지은은 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출발한다. 그 질문은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집된 소문들을 들려준다. 과연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인지 의구심마저 드는 이 허구적 ‘성공신화’의 인물은 <세멜레:Semele>를 끝까지 지켜보더라도 결국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성공신화는 곧 자본이다. 아마 이곳에서 자본은 결국 허상일지도 모른다.

<세멜레:Semele>가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듯한 허상을 쫓는다면, 안건형 감독의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는 한 장소가 시간의 축적과 함께 쌓아온 역사의 기록을 쫓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전시의 두 번째 사이트 홍제천 일대는 오랜 시간을 거쳐오는 동안,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른 목적을 가지고 변화해왔다. 이 다큐멘터리는 홍제천 복원의 역사를 ‘기록’에 근거하여 추적한다. 기록(텍스트)과 장소(이미지)가 책장을 넘기듯 번갈아 등장하는 이 영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기록된 현실은 곧 실제와 다름없다’라고 하는 선입견을 투영하도록 한다. 그러나 감독은 기록과 복원의 현실성에 의문을 던진다. ‘이 세검정은 과연 그 세검정일까?’라는 질문은 이 작업을 관통하는 맥락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기록과 복원의 실제는 당대의 관점에 따라 재해석된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어느 시대를 고찰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홍제천은 시대에 따라 물이 없는 곳으로 불리기도 하고, 하수처리를 하기 위한 곳이기도 했고, 물을 끌어온 곳이기도 하였으며, 시민공원이 되기도 했다. 홍제천을 대표하던 일대의 장소들, 신영상가나 유진상가, 백석동천, 세검정은 해체되거나 복원되었다. 세검정의 역사와 홍제천 일대의 역사는 복원된 것이고, 다큐멘터리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리얼리티 역시 일종의 복원일지 모른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홍제천의 역사는 유령처럼 이곳을 떠도는 허필[2]의 생지명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와 같은 것이다.

현재의 시간에 유령처럼 남아 있는 과거 역사의 흔적은 사이트에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부여한다. 우리가 유랑할 세번째 사이트는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진 채 현재를 살아가는 장소이다. 이 과거의 흔적은 우리가 <세멜레:Semele>에서 쫓던 허상, 즉 자본이 남겨놓은 흔적이다. 이다슬의 사진 작업 <I know>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장소, 석탄 산업으로 큰 영광을 누렸던 강원도 정선의 사북은 전설의 황금향 엘도라도와 같은 장소였다. 그러나 석탄 산업의 하향세와 함께 광산은 문을 닫고, 거대한 석탄 더미와 갈빛의 오염된 강은 방치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려진 석탄 더미에 풀과 나무가 자라났다. 초록의 잎을 반짝이는 검은 산, 그 비현실적인 풍경은 사북의 현재이지만 그 어딘가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 버려진 장소에 남아있는 엘도라도의 전설은 강원랜드와 같은 카지노 건설로 인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온 도시에 금을 칠했다더라는 소문의 엘도라도를 찾아 수많은 피를 흘리며 몰려든 16세기 스페인인들은 결국 엘도라도에 입성하지 못했다. 존재한다고 여겨지지만 허상일지도 모르는 엘도라도, 그 것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사북을 유지해온 그 것, 자본이다.

일본작가 츤의 동화같은 마을 <오히사마 단지お日さま団地>는 현실의 허를 찌르는 허상의 사이트이자 이 전시의 마지막 유랑공간이다. 외양상 모두 같은 모양의 공간에 존재하는 같은 모양의 삶을 역설하는 아파트 단지이지만, 사실 그 각각의 방 안에는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가 꾸려나가는 개별적 현실이 존재한다. 어느 장소나 그러하듯 당연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새롭게 하나씩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주민명부’로 기록하여 작은 그림책을 완성하였다. 각 방에 놓여진 각각의 그림책을 펼치면 무수히 많은 삶이 펼쳐진다. 방의 주인은 사물일 수도, 동물일 수도, 인간일 수도 있다. 모두 똑같아 보이는 백 개의 방과 그 안에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이야기는 삶을 유랑하는 인생 과정에서 겪는 교훈일 수도, 부끄러움일 수도, 오만과 편견일 수도 있다.

현실이라 믿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현실적 장소와 허구적 장소의 혼재를 경험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쫓는 것은 실재(實在)하는 허상(虛像)이다. 실재하는 허상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다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예술작품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자유로이 유랑하며 이 ‘실재하는 허상’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김 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슈켄트>, 감독 김정, 다큐멘터리, 60분, 2014

[2] 조선 후기 학자이자 서화가로, 자는 여정, 호는 연객이다. 살아 있는 동안 묘비명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를 지었다.

임보람

 

임보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대학 조형연구소와 갤러리175의 큐레이터, 스페이스 오뉴월의 디렉터를 역임하였 다. 2008년 <주식+꽃밭>(갤러리175, 서울), <Everyday is Not the Same>(BizArt, 중국 상하이), 2009년 제1회 여미지 아트 프로젝트, 2013년 성북동 예술제 <오뉴월 메이페스트>, 2013년 <Site Explorers>(GalleryADO, 일본 구마모토) 등 전시, 공연, 미디어 퍼포먼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시각예술전시 및 예술제를 기획하였고, 해외로는 일본, 유럽에서 활동하는 등 활발한 국제 교류를 하고 있다. 2014년 Project VIA에 참여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리서치 트립을 수행하였으며,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지역예술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하여 2015년 <유랑예술단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장기적으로 는 세계 각국의 예술기획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장르 간 협업으로 예술의 교류를 확대시키고자 한다.

 

안건형

 

다큐멘터리 감독 안건형은 2008년작  <고양이가 있었다> 로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흐름 부문 초청되었고, 2011년 일민미술관<진실과 허구: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2011년 작품 <동굴 밖으로>가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  워크인프로그레스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11 인디포럼 초청전과 2012 인디다큐페스티벌 올해의 초점 부문, 2013 인디다큐페스티벌 포럼특별에서 상영되었다. 2014년 작품 <이로 인해 죽지 않을 것이다>로 2014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초청, 레바논 Cultural Resistanc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제6회 DMZ 국제 다큐 영화제 한국 다큐 쇼케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87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2014 인디포럼 신작부문, 2014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 신작전에 초청되었고, 일민미술관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한 <토탈 리콜>전,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의 <확장된 개념의 경이의 방>전에 참여하였다.

 

프로젝트 커뮤니티 찌찌뽕

 

2012년 결성된 프로젝트 커뮤니티 찌찌뽕은 퍼포먼스와 미디어 작업을 진행하는 박승원 작가와 설치와 커뮤니티 아트를 진행하는 송지은 작가의 다원 예술 프로젝트 팀이다.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평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찌찌뽕의 작업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면 수많은 융합과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을 실험한다. 2012년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의 <Earth Calling_Thinking otherwise>, 2012 Hot Summer Festival에 참여하였으며, 2013년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2013 BYOB Seoul, 2013 국제뉴미디어 페스티벌, 대전시립미술관의 <GROUP 2013 사진과 사회>전에 참여하였다. 2013년 플레이스막에서 개인전 <One Step>을 개최하였다.

 

이다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매체미술을 전공한 이다슬은 2010년  <I know>(갤러리175),  2012년 < Close your eyes – I know: Yellow boy project>(Basement Project Space), 2012년 < Nothing – In the intervals between rains>(갤러리 노리), 2013년과 2014년에 <Jeju Braille Installation Project> (제주현대미술관, 선흘리 중기네 집, 선흘리 소피아 키친, 구억리 마을 물탱크)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였다. 2011년 PKM갤러리의 <Overture2: Photographt>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한 서울사진축제 포트폴리오 특별전에 선정되었으며, 2012년 아일랜드 Basement Project Space와 2013년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를 지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츤은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큐슈, 교토, 오카야마 등지에서 북아트, 삽화, 아트상품 제작 등의 활동을 하는 동시에 2002년부터 현재까지 <熊本アート百貨店>, <2週間限定の書店>, <zine展>, <河原町アートの日芸術館>, < POST CARD EXHIBITION>, <ブックラブぁーズのオススメ本展>, < CIFAKA EXHIBITION BOX ART >, <あしたも お日さま でてこい でてこい> 등 다수의 단체전 및 개인전에 참여하며 설치예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구마모토 예술의 거리에서 개최된 제6회 가와라마치 아트 어워드에서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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