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보철의 미학적 해석-

 

– 치과보철의 미학적 해석-

 

구강안의 캔버스

 

어젯밤에 살포시 내려 소박하게 쌓여있는 눈을 밟으며 shade checking을 위한 환자를 만나러 치과를 방문했다.

중년의 남성 환자분이 체어에 앉아서 거울을 보면서 말한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사.. 사기로 해주이소.”

” 아~ 사기요? 포세린(Porcelain)으로 해 드릴께요. 예쁘게 마음에 들게 해 드릴께요. 색깔 좀 보겠습니다.

그런데 색보다는 치아 크기가 문제가 되겠네요.”

” 예. 이빨 사이가 벌어져서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다 메꿔주이소.”

21번 치아에 보철회복이 필요한 환자인데 인접치와의 간극이 넓은 편이어서 그것을 해결하는게 과제가 될 것 같다.

 

치과를 나서 기공소로 향하는 길에 ‘ 사기로 해주이소’ 라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사기? 사기! 사기…. 사기.

사기라는 단어의 또 다른 사전적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기1(士氣) [사ː기] [명사]

1. 의욕이나 자신감 따위로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기세.

2. 선비의 꿋꿋한 기개.

사기25(詐欺) 

[명사] 나쁜 꾀로 남을 속임.

[유의어] 기만4, 속임수, 가짜.

사기11(沙器/砂器) 

[명사] 고령토, 장석, 석영 따위의 가루를 빚어서 구워 만든, 희고 매끄러운 그릇. 또는 그 재료로 만든 물건.

[유의어] 자기9, 사기그릇, 사그릇.

사기3(史記) [사ː기]

[명사]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

[유의어] 사서2, 사적6, 역사책.                                  #출처 [네이버 어학 사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문득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의 “예술은 고등사기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마도 오늘 만나게 된 환자는 고등.사기.기술(HighTechnicalPorcelain)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사기’ 라는 단어와 함께 예술과 치과보철의 관련성에 대한 생각에 접어든다. 예술과 사기보철(porcelain)과의 가장 큰 공통점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것이 있을 것이다.

예술의 가치에는 심미적인 것이 포함되어있다. 수많은 예술작품들 중에 좀 더 특별하고 눈에 띄는 것의 조건에는 시각적인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타인의 눈에 들고 마음에 들어가기 위해서 아름다움이란 필수조건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곧 감동을 선사하고 그것은 결국 예술작품의 가치에 진정성을 더 해 준다.

보철도 마찬가지이다. 보철 완성작품이 시각적인 불편함 없이 환자의 구강에 안착되었을 때 환자는 편안함을 느끼며 진정한 미소를 선보인다. 안정된 시각적 아름다움에 환자는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움, 미 라는 것이 명확한 기준으로 선정되어 있지는 않다. 누군가들에 의해 보편적 기준들이 제시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준들이 바뀌어 간다.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쉽게 말하자면 유행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시대별로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미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 당대의 대중들이 더 선호하는 것에 따라 미의 기준은 가변성을 띈다.

 

보철분야에서도 그렇다. 환자를 위한 아름다운 보철을 제작하기 위한 보편적인 기준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으며 환자의 구강상태와 치과계의 트렌트에 따라 보편적기준 역시 변화와 발전을 지향한다.

 

환자의 구강상태를 체크하며 돌아서는 순간 보편적 기준에 의거한 사실적 재현을 위한 기술력이 동원된다. 그 첫번째 단계에서 환자가 벌어진 치아라고 말하는 즉, 치간사이가 넓은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상상을 시작한다.

 

‘상상 (imagination)’ 은 지각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활동이다. 환자의 구강상태에 가장 적절한 결과물을 설계하기 위해 상상을 이용하여 그 간의 수 많은 환자들의 케이스와 비교분석 해보는 것은 실패율을 줄이고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보철에 가까워지는 좋은 일차적 방법이다.

 

보철제작을 상상하자면 우선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을 구분지어야 한다. 환자에게 직접 보이는 부분과 덜 보여 질 부분의 적절한 기술적 처리로 인하여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폴 세잔 <바구니가 있는 정물>,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아름다운 정물화를 그린 인상주의 화가 ‘세잔’의 작품을 예로 들어 본다. 사물들의 안정된 배치가 빚어내는 안온함이 있다. 공간속에 상이한 주체들이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면들까지 주체가 되어 공존하고 있다. 관람객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화가에게는 이미 고려되어진 캔버스의 공간적 계산이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shape와 Shade만으로 보여지는 치아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환자의 guidance, Fasit, tongueless 등이 중요하게 고려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기이한 형태의 치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세잔의 정물화에서도 물체들이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생략과 강조가 안온한 아름다움을 위해 선택된 것이다. 덕분에 추상화의 형상을 띄기도 하지만 세잔의 정물화는 안정된 구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철을 제작할 때에도 shape와 shade를 통한 부분적 강조를 통해 초점을 분산시키기도 집중시키기도 한다. 초점의 분산과 집중의 철저한 계산하에 재현되는 치아 보철의 완성이 한 폭의 회화를 아름답게 구성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철을 완성하였을 때 환자가 맞이할 시각적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꽤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에는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추상화 전시회에서 선뜻 눈 앞의 작품의 뜻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큐레이터가 나타나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준다면 우리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보철의 완성 과정과 결론에 있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한 설명은 환자와 치과의사와 기공사간의 교감을 형성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환자는 더욱 믿음을 가지게 되고 그것은 환자의 만족도에 점수를 더 해 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사기보철(porcelain)에 여러 뜻의 사기가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아름다움, 미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 외에도 예술과 보철과의 연관성을 여러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 치과기공사의 보철물 제작과정 속에 예술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면 과장인 것일까?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에서 결부되어 있는 것은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백남준 선생님의 ” 예술은 고등사기다” 라는 말 덕분에 치과보철과 예술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된 것에 감사하며 그의 실험적인 예술행위들로 예술사에서 큰 획을 그은 도전 정신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공소 문을 연다.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후배가 묻는다.

“ 어떤 경우예요?”

“ 응, 사기(沙器/砂器)보철을 사기(詐欺)로 사기(士氣)있게 해드려야 하는 경우야. ”

오늘 왠지 빌덥용 붓이 우아하게 느껴진다.

 

 

* 백남준_ 백남준 [白南準, 1932.7.20~2006.1.29]

한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도쿄와 독일에서 유학하며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회를 선보였다. 비디오 아트를 예술 장르로 편입시킨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불린다. 2006년 1월 미국에서 타계했다.

* 세잔_ 폴 세잔 [1839.1.19~1906.10.22]

프랑스의 화가. 인상파작업을 했으나 구도와 형상을 단순화한 거친 터치로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 때의 작풍이 더욱 발전하여 후에 야수파와 입체파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동기가 되었다. 자연을 단순화된 기본적인 형체로 집약하여 화면에 새로 구축해 나가는 자세로 일관했다. 20세기 회화의 참다운 발견자로 칭송되고 있으며, 입체파(cubisme)는 세잔 예술의 직접적인 전개라고 볼 수 있다.

신효진
김천대학 치기공과 졸업.
보건복지부장관 치과기공사 면허증 취득.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졸업예정.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 기획이사.
서울여성치과기공사회 회장 역임 중.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종합학술대회 ‘보철과 예술하기’ 강연.
서울시치과기공사회 ‘치과보철의 미학적 해석’ 연재 중.

Market <이끼 낀 우산> Director& Illustrator
공동창작작업 <M_ Olo> Editer

About chief editor

다양한 문화 예술의 ARTNEWS 입니다. 보도 수신 은 editor@artnew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