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Quest-1970년대 이후의 일본 현대미술 [서울대 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관장 권영걸)은 일본국제교류기금(이사장 안도 히로야스)과 함께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일본 현대미술 40년을 조망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본 현대미술은 현장 중심의 최근 발표작과 개별 작가 중심으로 소개되었으나,본 전시는 그 배경이 되는 전후(戰後) 일본미술사에 주목하여,

이제껏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1970년 이후의 작품 110여점을 통해 일본 현대미술을 역사적으로 재검토하고자 한다.

“전시회 제목의 ‘Re:Quest’에 일본 현대미술을 ‘다시 탐구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서울대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전시구성 :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

I. 울트라 사고

일본 현대미술은 인간과 사물,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존의 틀을 초월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
로 풍성하다. 이는 근대 시기에 세워진 여러 제도에 대한 변혁이 의지가 드높았던 70년대부터, 서
구 중심주의에서 탈피해 ‘차이’에 관심을 두었던 80년대를 거쳐, 정보화와 세계화가 가속화된 오늘
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술가들이 분투해 온 소산이다. 부단히 자신의 자아를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
한 새로운 스토리를 들려주고자 하는 이러한 경향을 ‘울트라 사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Kusama_Yayoi

쿠사마 야요이,자살의 의식(儀式)

Funakoshi

후나코시 가츠라> 날개를 편 새가 보였다, 1995

II. 이해 . 오해 . 커뮤니케이션

일본 현대미술은 1980년대에 서구 미술계에서 비서구 지역의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
서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일본 내 미술시장이 축소되면서 젊은 미
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화 교류와 이동의 경험은 일본과
일본이 아닌 존재, 일본 문화의 독자성과 구미의 영향 등 이원론에 빠지기 쉬운 과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른 문화권으로의 작품 수용과 함께 발생하는 오해에 대한 체험이 새로운 작품
창작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국제전을 위해 작품뿐 아니라 작가 자신이 부단히 오고 가는 미술계에
서는 일방통행식의 이해보다는 이해와 오해, 즉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
다.

morimura_boy
모리무라 야스마사: 초상 [소년 1, 2, 3], 1988

미야지마 타츠오
네 안의 다이아몬드 No.17, 2010

Nara_Yoshitomo

나라 요시토모: 힘 내, 2001

III. “우선 확실성의 세계를 버려라”

1970년대 일본에서 태동한 새로운 미술 동향은 단순히 새로운 양식이나 새로운 기법을 추구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커다란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작가들은 지각이나 인식의 제도적 측면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물질을 일방적으로 가공하고 지배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상정했던
인간관을 비롯해서 근대에 대한 원리적인 재검토가 이 시대에 시작됐다.

Lee01_Dialogue_new
이우환
대화, 2010

IV. 모더니즘의 유산과 그 너머
1970년대 중반부터는 서서히 회화 형식으로의 복귀, 조각 ‘작품’의 재건에 대한 조짐이 보이기 시
작해 1980년대 주목할 만한 흐름을 이루었다. 작가들은 작품의 구조나 어휘 안에서 모더니즘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기억, 욕망, 원망, 연상 등 개인적인 차원의 심리적 움직임이 드리워진 시각
세계를 창출했다. 여기에서 형태나 색채는 상징성과 우의성, 신화성, 스토리성, 기호성 등의 징후
를 띠면서 여러 층을 이룬다.

Tatsuno_Toeko

다츠노 토에코
무제 94-6, 1994

Endo_Toshikatsu

엔도 토시카츠 ;공동-고리↔병, 2012

V. 미술의 언어로 말하기

198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미술계에서 기존의 고급 예술의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종류의 복합적인
형식의 작품과 만화나 애니메이션, 대중 매체 속 귀여운 이미지와 기계가 결합한 것 같은 독특한
이미지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비사회의 아이콘이나 소소한 경험을 작품 속에
투영함으로써 작가들은 일본사회의 현실에 맞서면서도 의문을 위트있게 제기하고, 공통적인 관심사
를 가진 동시대인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Yanagi_Miwa
야나기 미와: 파라다이스의 아쿠아젠느Ⅱ,

Yanagi_Yukinori
야나기 유키노리:만세·코너, 1991

SANYO DIGITAL CAMERA
다카미네 타다스:아메리카에 축복을, 2002

Nakahara_Kodai

VI. 위기 시대의 유연한 상상력

불황, 자연재해, 테러 시도 등이 끊이지 않는 1990년대 후반 이후의 불확실한 시대에 70년대 생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미술가들은 다양한 표현 매체를 사용해 소소한 일상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위기의 시대에 터득한 유연한 적응력으로 이성에 의해 규제 당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거대서사’를 대신하는 소우주를 구성한다.

Tanaka_Koki

 

전시의의

<전후 일본의 전위미술>전(1994년) 이후 20년 만에 이루어지는 일본 현대미술에 대한  통사적 조명 

“비엔날레 등의 국제전은 시대의 글로벌한 횡단면을 파노라마식으로 제시하기는 하지만, 결코 각 지역의 개별적 역사에 조명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역사를 뷔페 스타일로 선택해서 취할 수 있는 장이었다. 역사전의 퇴조가 세계화의 대가가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각 지역의 각각의 근현대 미술사 혹은 ‘동시대 미술의 역사’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일본 에서는 이런 종류의 역사전은 1994년-95년에 요코하마,

뉴욕 등에서 열린 <전후 일본의 전 위미술>전을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동안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본 전시회는

일본의 동시대 미술사의 향방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실로 오랜만에 주어진 기회라 할 수 있다.”

(마츠모토 토루,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부관장)
일본의 현대미술의 특징적인 경향 조명

“‘모노하’로 시작되는 지각과 물질에서 출발하는 ‘초물질’적 흐름, 그리고 사람과 장소와 연관된 스토리성에서 출발하는 ‘초인간’적 흐름,

이 두 개의 흐름이 얽히면서 미술관과 미술관 밖에서 일본의 현대 미술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허구로 보일 정도로 물질성과 인간

성을 초월하고자 하는 극복의 의식이 있기에 결과적으로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

(하이토 마사히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3 큐레이터)

일본 현대미술의 향후 방향 타진

“테러에 대한 공포, 맹위를 떨치는 자연, 맹신했던 기술의 취약함에 직면하고 전 서계의 방

향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작가들의 창조력은 소우주를 구축하는데 그칠지, 대화를 창출해내 는 소통의 능력으로 사회를 움직이고 바꿀지, 다른 나라와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화되는 가

운데 일본의 현대미술은 또 하나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미야 유키에, 히로시마시 현대미술관 학예담당과장)

일본과 한국 현대미술의 다름, 그로인한 타당함 

“일본 현대미술을 통시적으로 훑어보는 이번 전시는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 설정 방식이 본 질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적,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개인적인 분투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역사적, 사회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한국 현대미술이 그리는 궤 적도 서로 다름과 동시에 다름으로써 긍정적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오진이, 서울대학교 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울대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회는 일본 현대미술을 돌이켜봄으로써 동시대 한국 미술과의 비교, 넓게는 전후 아시아 지역의 미술 표현과 미술사의 다양성 등을 고찰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회는 3월 5일(화) 오후 5시 개막돼 4월 14일(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