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용 작가의 ‘당신의 위로와 위안 For Your Consolation’ 갤러리 이배 기획전

갤러리이배는 2012년 9월 13일(목)부터 10월13일(토)까지 2012 부산비엔날레 갤러리 페스티벌 전시로 변대용 작가의 ‘당신의 위로와 위안 For Your Consolation’ 전을 기획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힘들고 소외 받는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2011년 개인전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작가는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회전반의 부조리에 대한 내용을 작품을 통해 부정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층 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가만의 표현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또 다른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을 보는 시각은 관람객의 몫이지만 변대용 작가의 전시가 힘들고 지친 삶에 가을 햇살처럼 따스한 위로를 건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대용 작가의 작품은 최근 젊은 작가들에게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일종의 ‘캐릭터아트’ 와는 다른 궤도 위에 서 있으며, 익숙한 이미지를 통해 풍자와 위트를 전달하는 기존의 흐름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문명과 현실에 대한 예민한 관심이 그만의 소통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즉 작품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가는 이러한 이유로 시리즈 작업을 주로 해 왔으며 따라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보다는 서로의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과 버려진 유기견. 작가는 이 둘의 만남이면 서로가 이해와 함께 위로와 위안을 얻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버려진 유기견과 유기인을 5미터 이내의 설치작업으로 보여준다. 이 작업은 작가가 작년부터 계획하고 있던 스케치 작업으로, 얼마 전 아버지의 부음 이후 작가가 느꼈던 인간에 대한 이해를 표현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쓰러진 사람으로, 아홉 명의 형제와 어머니를 그 주위를 에워 싼 개들로서 표현했다. 작가는 소외된 인간에 대한 연민이 유기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지 않음을, 또 가족 안에서의 사랑과 다툼이 사회 내에서의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음을 체득하고 그들에 대한 원망과 동정을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자 했다. 흰색으로 도색된 사람과 개, 방 모두는 지금까지 작가가 보여준 작업적 특징인 빛이 나는 유광이 아닌 무광으로 표면처리 되었다. 비록 기술적이 측면이긴 하지만 밀어내는 유광이 아닌 흡수하는 흰색으로 처리한 작가의 의도는 그들의 아픔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함께 아파해야 한다는 메타포를 감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시도는 작가가 언젠가 한번쯤 작품으로 옮겨보고자 했던 메두사 작업이다. 메두사란 많은 사람들이 여성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읽어내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메두사를 신화적 존재 중 가장 외로운 존재로 해석했다. 그녀를 보면 모두 돌이 되는 것, 그것은 바로 옆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 된다. 세상에 친구가 없는, 오로지 머리 위에 달린 뱀과 소통하고 있는 메두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그리고 친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비유하고 대변하고자 했다. 작가에게 메두사는 작가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의 모든 외로운 이들일 수도 있다. 메두사의 머리에 부분 거세되어진 뱀들은 결국 자신의 상처인 셈이다. 이는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잘렸다기보다는 소통하기 위한 스스로의 몸부림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변대용 작가의 작업은 우리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기 바라지만 실상 힘든 삶이 작업을 통해 치유 받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다가설 수 있고 또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이 작가가 작업하는 이유이며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방법임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변대용 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재 부산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2008년 부산청년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2010년 송은미술대상전 선정작가, 2010년 퍼블릭아트 선정작가로서 한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 변대용의 꿈에 의한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였다. 현재 가나아트 장흥 아뜰리에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가노트>

뉴스와 신문 그리고 거리를 걷다 보면 외로운 사연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저 그런 것들은 가십거리로 조금씩 소개되고는 한다. 우리 사회전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로운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 나는 2011년’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부정적이고 풍자적으로 이야기 한바 있다. 이번 전시는 2012년의 그들이 사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되어진다. 나의 작업에 있어서 일관되게 나오는 것들을 보게 되면 사람과 사람이나 동물과 사람 등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일관적으로 나온다.

나는 11명이라는 많은 식구들 속에 자라왔지만 정작 그 모든 가족의 구성원들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생물학적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 형제조차 그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반대로 나를 알기에는 서로가 다른 곳에 있기에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의 작품에 어렴풋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2009년 너는 나다. 나는 너다. 라는 작품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그 때는 왜 내가 장애우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단지 전시 전체의 이야기에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시를 오픈 하면서 전시장에 휠체어를 타고 앞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아들의 작품을 보러 오면서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과연 앞도 보이지 않으면서 나의 작업을 어떻게 보실까? 10손가락 중에 7손가락만 있는 아버지는 나의 맨들 맨들 한 작품을 어루만지면서 형태를 상상하셨으리라.. 너무나 묘한 상황은 팔이 없는 장애우 축구선수와 조우하는 상황을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을 때의 나의 감정이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뜨거움이 올라오는 순간을 느끼면서 아버지는 비록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지만 아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을 느꼈다.

촉각을 통한 느낌의 전달, 나는 아버지의 목수로 투박하게 단단한 껍질 같은 손을 기억한다. 그 손은 오로지 지금까지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내가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눈이 보이지 않는 시점이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에 누군가를 인지시키기 위해서 손을 잡아야만 했고 아들이 왔다는 사실과 함께 나는 점점 아이가 되어 가는 아버지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손을 잡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버지와의 스킨십은 이렇게 38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나의 위로와 위안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람들은 많은 위로와 위안을 나에게 했다. 나는 이러한 개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하고자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변대용